지난 5월부터 시작한 더위 속 에어컨 등 냉방기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프랑스에서 야외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이유로 ‘기후휴가(Climate leave)’라는 새로운 안전장치를 노동권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프랑스 생태녹색당은 최근 홈페이지에서 기후휴가 도입을 촉구하는 총 1만2500명 서명 목표의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다. 한국시간으로 3일 오후 2시 기준 이미 9787명이 참여해 높은 사회적 관심을 입증했다.
청원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도 수백만명이 건강을 위협받으면서 일한다”며 배달 노동자와 청소 노동자, 건설·농업 종사자 등을 대표적인 폭염 취약 직군으로 꼽았다.
이어 “기후는 변하고 있고 우리의 권리도 변해야 한다”며 폭염·홍수·산불·기후로 인한 휴교 등의 상황에서 최대 5일의 유급 기후휴가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휴교 포함은 기후 재난으로 자녀가 등교하지 못할 때 부모가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들의 요구는 기존 연차의 확대가 아닌 새로운 법정 권리를 만들자는 쪽에 가깝다. 기후에 따른 돌발 상황을 개인 연차 등으로 해결하는 것은 자발적으로 쓸 수 있어야 하는 기존 휴가 취지에도 어긋나며, 기후위기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논리로 해석된다.
청원은 요구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4년간 폭염 관련 질환으로 유럽에서만 20만여명의 사망자가 나왔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도 인용했다. 프랑스는 이미 일련의 투쟁을 통해 임금 노동자의 두터운 유급휴가를 보장하며, 녹색당의 정책 제안도 기존의 탄탄한 노동권적 환경이 마련된 덕분에 나왔다는 분석을 낳는다.
정부는 새로운 휴가 제도에 선을 긋는다. 프랑스 장피에르 파랑두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노동 단체 등을 만난 후 르몽드에 “기온이 30도를 넘는다고 매번 프랑스를 멈출 수는 없다”며 기후휴가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근무시간 조정과 작업환경 개선, 업종별 적응 방안 등으로 폭염에 대응하는 게 정부의 기본 방향이다.
모든 직종에 동일한 기후휴가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반론이 적지 않다. 냉방이 갖춰진 사무실과 햇볕 아래에서 일하는 건설 현장을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고위험 업종의 작업중지권과 안전규정을 각각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냉방기기 수요의 급증으로 에어컨 판매 대형 할인점에 몰린 시민들의 몸싸움이 벌어질 만큼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과거에는 없었던 ‘기후휴가’ 도입 청원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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