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일평균보다 95% 증가…SK하이닉스는 1104억 순매수
김성주 “단기 대규모 매도 아냐…장기간 나눠 비중 조정”
“폭탄 없다더니?”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 유예가 끝난 뒤 첫 거래일,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000억원 넘게 주식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SK스퀘어 등 상반기 급등주가 매도 상위에 올랐지만 SK하이닉스는 1100억원 넘게 사들였다. 다만 공개된 수급 통계만으로는 국민연금이 실제로 얼마나 사고팔았는지 알 수 없다. 하루치 거래만 놓고 ‘매도 폭탄’이 시작됐다고 보기도 이르다.
◆첫날 2179억 순매도…국민연금 단독 수치는 아냐
3일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지난 1일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7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리밸런싱 유예 기간이었던 6월 하루 평균 순매도액 1117억원보다 약 95% 늘어난 규모다. 코스닥시장에서는 498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거래소가 집계하는 ‘연기금 등’ 수치는 국민연금만의 매매 내역이 아니다. 다른 연기금과 공제회 등의 거래도 함께 잡힌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 비중이 클 것으로 보이지만, 종목별·일별 매매 규모는 공개되지 않는다. 연기금 순매도액 2179억원을 모두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물량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연기금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순매도액은 981억2000만원이었다. 이어 SK스퀘어 957억7800만원, 삼성전기 442억200만원, 삼성물산 238억8400만원, 삼성생명 151억4000만원, LG이노텍 147억2800만원 순이었다.
매도 상위에는 상반기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이 다수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178.57% 올랐다. 삼성전기는 756.47%, SK스퀘어는 361.14%, LG이노텍은 261.99% 급등했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도 각각 154.44%, 95.62% 상승했다. 주가 급등으로 비중이 커진 종목을 일부 덜어내는 거래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는 1104억 매수…일괄 매도와 거리
연기금이 모든 종목을 일괄적으로 내다 판 것은 아니다. 이날 SK하이닉스를 1103억85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아모레퍼시픽 149억2800만원, 삼성E&A 93억3500만원, 산일전기 65억6800만원, 크래프톤 65억800만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56억2500만원도 사들였다.
연기금의 매도 우위는 리밸런싱 유예가 끝나기 전부터 이어졌다. 지난 5∼6월 39거래일 가운데 31거래일이 순매도였다. 하루 평균 순매도액은 약 1159억원이었다.
두 달 동안 삼성전기와 SK스퀘어를 각각 9852억9600만원, 4108억4700만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면 네이버와 삼성생명, 현대모비스 등은 순매수했다. 리밸런싱 재개 첫날의 거래만 떼어놓고 앞으로의 매도 속도와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목표보다 4.3%포인트 높아도 매도 규모는 알 수 없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월 국내 증시의 높은 변동성을 이유로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 범위를 벗어났을 때 이뤄지는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유예했다.
지난 5월에는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높였다.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 범위도 한시적으로 넓히고 하루 최대 리밸런싱 규모는 줄였다. 구체적인 허용 범위와 하루 매매 한도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가장 최근 공개된 지난 4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419조5000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25.1%를 차지했다. 5월 확정된 연말 목표 비중 20.8%보다 표면상 4.3%포인트 높다.
하지만 4월 말 보유 비중과 6월 말부터 적용된 새 목표를 단순 비교한 수치다. 실제 매매 기준이 되는 허용 범위도 공개되지 않았다. 두 비중의 차이만으로 앞으로 나올 매도 물량을 계산할 수는 없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시장에서 거론된 수십조원대 매도설에 선을 그었다.
김 이사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에 들어가더라도 ‘폭탄’이 될 가능성은 제로”라며 “단기간 대규모 매도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리밸런싱 규칙을 바꿔 시장 충격을 줄이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비중을 조정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리밸런싱 재개 첫날 연기금 순매도액이 전월 평균보다 늘어난 것은 맞지만 하루치 수치만으로 매도 폭탄이 현실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규모의 매도가 이어지는지, 외국인 매도세와 맞물려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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