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환자 1만5486명 추적…심혈관 사망 위험 29%↑
제로음료 주 3회 이상 섭취…남 20.1%·여 12.7%
“속 뚫리는 느낌이었는데?”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면 으레 차가운 탄산음료부터 찾게 된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톡 쏘는 청량감에 트림까지 나오면 답답했던 속이 한결 가벼워진 듯하다. “이제야 소화가 됐다”는 말도 절로 나온다.
탄산음료를 포함한 단맛음료는 청소년의 일상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최근 일주일 동안 단맛음료를 3회 이상 마신 비율은 남학생 62.8%, 여학생 53.5%였다. 탄산·이온·과즙·커피음료와 가당우유 등을 합친 수치다. 같은 조사에서 제로음료를 주 3회 이상 마신 비율은 남학생 20.1%, 여학생 12.7%로 집계됐다.
식후 탄산음료가 주는 개운함은 실제 소화와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설탕을 뺀 제로음료로 바꾸면 건강 부담도 사라질까.
◆트림은 나왔지만 소화가 빨라진 것은 아니다
탄산음료에는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다. 음료가 위로 들어가면 탄산가스가 빠져나오고, 위에 모인 가스 일부가 트림으로 배출된다. 이때 답답함이 줄어든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트림이 나왔다고 음식의 분해나 흡수가 빨라진 것은 아니다. 탄산이 주는 청량감과 소화 과정은 별개의 문제다.
탄산음료와 위식도역류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소수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탄산음료를 마신 뒤 위와 식도 사이를 막는 하부 식도괄약근의 압력이 일시적으로 낮아지고, 괄약근이 순간적으로 이완하는 횟수가 증가했다. 역류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변화가 곧바로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탄산음료가 위식도역류질환을 일으키거나 증상을 악화하는지를 두고는 연구 결과도 엇갈린다.
평소 신물이 올라오거나 속이 자주 쓰리다면 탄산음료를 마신 뒤 증상이 반복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실 때마다 불편하다면 섭취량부터 줄이는 편이 낫다.
◆문제는 탄산보다 함께 들어오는 당류
가당 탄산음료의 건강 부담은 탄산가스보다 당류와 열량에서 나온다. 식사를 마친 상태에서도 음료는 빠르게 넘어간다. 음료 한 병의 당류와 열량이 식사에 그대로 더해지기 쉽다.
가당 탄산음료만의 문제도 아니다. 설탕이나 액상과당 등이 들어간 과일음료, 스포츠음료, 가당 차와 커피도 가당음료에 포함된다.
2023년 국제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발표된 연구진은 미국의 제2형 당뇨병 환자 1만5486명을 평균 18.5년간 추적했다. 음료 섭취량은 2∼4년마다 식품섭취빈도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가당음료 섭취량이 하루 1회분 늘 때마다 전체 사망 위험은 8% 높았다. 하루 1회를 초과해 마신 사람은 한 달에 1회 미만 마신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5%,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29% 높았다.
가당음료 하루 1회분을 물로 바꿨을 때는 전체 사망 위험이 16%,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20% 낮은 것으로 추산됐다. 커피나 차, 저지방 우유로 대체했을 때도 위험이 낮아지는 연관성이 나타났다.
연구 참가자는 모두 제2형 당뇨병 환자였다. 연구진이 특정 음료를 마시게 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평소 음료 섭취 습관과 질병·사망의 관계를 장기간 추적한 관찰연구다.
결과를 일반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거나 가당음료가 사망 위험을 직접 높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가당음료를 물로 바꾸면 당류와 열량 섭취를 당장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제로음료, 설탕은 줄였지만 물은 아니다
제로음료는 가당음료보다 당류와 열량을 줄일 수 있는 선택지다. 평소 설탕이 든 탄산음료를 자주 마셨다면 제로음료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당 섭취를 낮출 수 있다.
제로음료가 물과 같은 것은 아니다. 대체감미료가 식욕과 체중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감미료의 종류와 섭취량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18∼35세 성인 75명이 수크랄로스 음료와 같은 단맛의 설탕 음료, 물을 각각 한 차례씩 마셨다.
수크랄로스 음료를 마셨을 때는 설탕 음료를 마셨을 때보다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시상하부의 혈류가 늘었고, 참가자들이 느낀 배고픔도 컸다. 물과 비교했을 때도 시상하부 혈류는 증가했지만 주관적인 배고픔에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는 수크랄로스를 한 차례 섭취한 직후 나타난 뇌 반응만 살폈다. 제로음료를 오래 마시면 식욕이 늘거나 체중이 증가하는지를 확인한 연구는 아니다. 아스파탐이나 아세설팜칼륨 등 다른 감미료에서도 같은 반응이 나타나는지는 이번 결과만으로 알 수 없다.
제로음료를 무조건 피할 필요도 없다. 가당음료를 줄이는 과정에서 징검다리로 활용할 수 있지만, 갈증이 날 때 가장 먼저 찾을 음료는 역시 물이다.
◆식사 때마다 따는 한 캔부터 줄여야
탄산음료를 가끔 마신다고 건강이 당장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식사할 때마다 습관처럼 캔을 따거나, 목이 마를 때 물보다 탄산음료를 먼저 찾는 생활이다.
매일 마셔왔다면 횟수부터 줄이는 게 현실적이다. 큰 페트병 대신 작은 용량을 고르고, 식사 때 곁들이던 한 잔은 물이나 무가당 차로 바꿔본다.
톡 쏘는 맛이 아쉽다면 당류가 없는 탄산수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평소 역류 증상이 있다면 탄산수를 마신 뒤에도 속쓰림이나 불편감이 생기는지 살펴야 한다.
식후 탄산음료가 주는 개운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트림이 나온다고 음식이 더 빨리 소화된 것은 아니다. 가당 탄산음료라면 청량감은 금세 사라져도 당류와 열량은 그대로 남는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도수치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02/128/20260702518677.jpg
)
![[기자가만난세상]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면죄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8/128/20251218518441.jpg
)
![[삶과문화] 지휘자는 왜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을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02/128/20260702518617.jpg
)
![그래미는 두려운가 [이지영의 K컬처 여행]](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02/128/20260702515006.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