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물가가 3.2% 오르며 2년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석유류 물가가 치솟으며 소비자물가가 2개월 연속 3%대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7월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발 기술주 삭풍에 코스피가 8000선을 내주고 후퇴했다. 인공지능(AI) 과잉 투자 논란과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시장을 덮치며 ‘검은 목요일’을 보냈다. 30주년을 맞아 체질 개선을 예고한 코스닥도 동반 부진을 겪었다.
이달 말 정부 세법개정안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재산세에서 왜곡이 적은 세제인 보유세는 낮은 반면 거래세 비중은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세수 총액은 유지하되 거래세 비중을 낮추면서 보유세를 올리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고유가 직격탄…6월 소비자물가 3.2% 급등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9(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
석유류 가격이 24.7% 오르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0.93%포인트 밀어 올렸다. 경유는 33.7% 오르며 2022년 7월(47.0%) 이후 가장 크게 뛰었고, 휘발유는 23.1%, 등유는 23.1% 치솟았다.
재정경제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4%포인트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석유류 가격의 영향을 받는 공업제품이 4.4% 올랐고, 국제항공료(28.2%)와 해외단체여행비(24.3%)가 뛰면서 서비스 물가도 2.6% 상승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폭등으로 컴퓨터 가격은 22.2% 치솟았다.
농축수산물도 3.2% 상승하며 5월(2.2%)에 비해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파(37.1%), 달걀(10.3%), 쌀(11.7%), 국산쇠고기(7.5%), 수입쇠고기(6.8%), 돼지고기(4.5%) 등 밥상에 자주 오르는 먹거리 가격이 크게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3.4% 올랐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생활물가 상승률이 3% 중반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취약계층의 생계비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하방 압력을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 확대가 상쇄하면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추락 ‘검은 목요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장보다 655.32포인트(7.89%) 내린 7648.09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달 11일 이후 15거래일 만에 8000선 밑으로 내려왔다. 370.31포인트(4.46%) 하락한 7933.10으로 출발한 지수는 점차 하락폭을 키웠고, 오전 9시7분 시장엔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후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8000선을 잠시 회복했으나 재차 힘을 잃어 오후 한때 7616.33까지 밀리기도 했다.
외국인이 지난 19일 이후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 ‘팔자’를 나타내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4조3700억원을 팔아치웠고, 기관도 2조7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6조260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간밤 뉴욕 증시는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03% 내렸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22%, 0.66% 하락했다. 특히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6.27% 급락했다. 인공초지능(ASI) 개발을 위해 방대한 규모의 연산 인프라를 구축했던 메타가 남는 자원의 외부 판매를 추진하자 AI 투자 사이클 축소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번지면서다. 이에 미국 기술주들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9.06%, 14.57% 급락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타의 잉여 컴퓨팅 파워를 활용한 클라우드 사업 진출 외신 보도가 이날 국내 증시 하락의 단초”라며 “반도체 포함 코스피 주가 변동성이 워낙 크다 보니 조금만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뉴스가 나오면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도 전장보다 62.63포인트(6.74%) 내린 866.72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초부터 하락 출발한 코스닥 시장에도 낮 12시47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한편 거래소는 올해 코스닥 부실기업 퇴출 강화에 나서면서 시가총액 기준 미달로 상장 폐지되는 상장사가 50개가량 될 것으로 추정했다. 김성천 거래소 공시제도팀장은 이날 코스닥 30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닥 커넥트 2026’에서 “이달부터 동전주와 시가총액 요건이 강화되는 데 따라 상장폐지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OECD “韓, 거래세 비중 낮추고 보유세 올려야”
OECD는 이날 ‘2026 한국경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는 △미래대비 거시정책 △성장과 세입을 위한 세제개혁 △교육 및 평생학습의 스마트화 △기회의 지리적 지형 재편 등 4개 항목으로 나눠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세제개편 관련 정책 권고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OECD는 우선 한국의 전체 부동산 세수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0%로 OECD 평균(1.6%)보다 높은 편이지만, 왜곡이 적어 경제적 효율이 높은 세목인 보유세가 부동산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4%로 OECD 평균(56.0%)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재산세가 거래세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보유세는 한정된 주택 자원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 배분하도록 유도하는 특성이 있지만, 거래세는 세금 회피를 위해 거래를 미루는 ‘동결 효과’를 발생시킨다. OECD는 총세수는 변함이 없도록 하면서 보유세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OECD는 이런 과세 체계 전환이 주거 이동성과 고용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주택시장에서 마찰을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OECD는 향후 경제성장과 고령화 대응으로 지출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정적인 세수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부가가치세의 경우 세율이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면서 간이과세 적용범위와 저가 수입품 면세범위 축소 등 과세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 부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담배와 주류 관련 세제 강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OECD는 “담배세는 OECD 대비 소매가 및 세금부담이 낮은 편”이라면서 “주류세는 알코올 소비량에 대한 과세 연관성이 미흡해 알코올 도수 기준으로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 4단계 누진세율로 복잡한 구조인 법인세는 조세지출을 축소하면서 점진적으로 단일 법인세율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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