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의 세계/ 칼 짐머/ 이상훈 옮김/ 다산초당/ 3만3000원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예일대 분자생물물리학·생화학 겸임교수인 칼 짐머는 신작 ‘공기의 세계’를 통해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마시지만 가장 모르고 살아온” 공기를 탐정소설처럼 파고든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공기를 둘러싼 과학·의학·역사·일상의 층위를 한데 엮는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에서 출발해 루이 파스퇴르의 공기 중 세균 연구, 콜레라·결핵을 둘러싼 의학 논쟁, 현대 공기 전파 감염 연구까지를 따라가며 ‘보이지 않는 환경’으로서 공기를 재구성한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분명하다. 공기는 텅 빈 공간이 아니라 바이러스·박테리아·꽃가루·곰팡이·먼지·문명의 흔적이 끊임없이 떠다니는 거대한 생태계라는 것이다. 이 관점을 받아들이는 순간 독자가 바라보는 세계의 풍경이 달라진다.
과거 의학은 환경이 오염되면 공기 중에 나쁜 성분이 생겨나고 이것에 의해 전염병이 발생한다는 ‘나쁜 공기’의 미아즈마설을 버린 뒤, 물·음식·접촉·비말 쪽에 초점을 옮겼고 그 과정에서 공기 중 미세입자의 위험을 과소평가해 왔다. 짐머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축적된 연구와 증거를 바탕으로 ‘공기 전파 가능성이 왜 이렇게 오래 학계·제도권에서 저항을 받았는지’를 과학사적 맥락에서 풀어낸다.
빙하 속 공기를 채집해 미생물을 찾으려 했던 파스퇴르, 결핵·인플루엔자·코로나19의 전파 경로를 둘러싼 수많은 연구자들의 실패와 논쟁이 생생하게 등장한다. 과학의 발전이 직선적 진보가 아니라 시행착오와 갈등을 거쳐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임을 이야기 구조 자체로 보여준다.
저자는 감염병 역사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가 숨 쉬는 공간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까지 질문을 확장한다. 손 씻기·마스크 같은 개인 방역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환기·공기 흐름·실내 공기질·건물 구조·도시 설계가 공중보건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집·학교·사무실·병원·지하철을 ‘공기 관점’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대목이 이 책의 실질적인 메시지다.
책은 ‘과학 교양서’와 ‘논픽션 스릴러’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다. 코로나19 초기 집단감염 사건, 역사 속 전염병, 실험실의 실패담들이 하나의 서사로 이어지며 독자는 마치 탐정과 함께 증거를 추적하는 느낌으로 공기 연구사를 따라가게 된다.
다만 이 책의 방대한 스펙트럼은 장점이자 부담이다. 공기 물리·미생물학·의학사·보건 정책을 한꺼번에 다루기 때문에 가벼운 ‘건강 팁’ 정도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다소 무겁고 학구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또 이미 코로나19 관련 논의를 많이 접한 독자라면 일부 사례와 논쟁은 익숙하게 느껴질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공기의 세계’는 “당신이 지금 숨 쉬는 이 방은 얼마나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며 공기를 하나의 인프라·공공재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마스크를 벗은 지금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세계를 이해해야 할 때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의미 있는 과학 논픽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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