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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스템 반도체 고도화… 대구 ‘경제 대개조’ 투 트랙 승부수 [지방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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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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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민선 9기 출범… 전략 재정비

반도체 팹 ‘호남행’에 위기감
TK지역 소부장·차세대 첨단산업 기반
인재·전력망·공업 용수 등 인프라 최적
반도체 제조 공장 유치 변함없이 추진
팹리스 인프라 활용 ‘지능형’ 동시 육성

경제·산업 AX 혁신도 가속화
제조공정 전반에 AI 자율제조 기술 도입
수성알파시티 AI 서비스 생산기지 육성
1조 펀드 조성… 로봇 등 창업 생태계 구축
삼전닉스·테슬라 등 기업 유치에도 박차

정부가 최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한 가운데 대구·경북(TK) 지역은 그동안 다져온 인프라를 바탕으로 실속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의 공급망 확보를 추진하고 나선다. 시는 단순한 제조 공장 유치를 넘어 비수도권에서 유일한 팹리스(설계) 지원 인프라를 활용해 국산 AI 반도체를 실증하고 상용화하는 거점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월 ‘나노융합기술인력 양성사업’에 참가한 교육생들이 대구테크노파크에서 반도체 소자 품질관리 실습을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지난해 7월 ‘나노융합기술인력 양성사업’에 참가한 교육생들이 대구테크노파크에서 반도체 소자 품질관리 실습을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앞서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가 미래 경쟁력과 균형발전을 위해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AIDC) 등 3대 첨단 분야에 총 1500조원 규모를 투입하는 초대형 첨단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대구시는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지역 정치권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중앙정부를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동시에 차별화한 자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고도화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정면돌파에 나서기로 했다.

 

◆반도체 제조와 시스템 반도체 투트랙으로

2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지역 정치권과 손잡고 신공항 건설과 연계한 대규모 배후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의 당위성을 정부에 피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회 차원의 예산 증액과 규제 완화를 이끌어내 정부의 추가 투자 계획에 TK 지역을 반드시 포함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대구시는 이번 정부 발표와 관련해 “반도체 관련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반도체 팹(Fab·제조공장) 유치 추진 등 관련 산업 육성은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는 이미 AI, 로봇, 미래모빌리티 등 차세대 첨단산업 기반을 갖춘 대한민국 대표 제조도시다. 통상 반도체 팹을 건립하는 데는 안정적인 전력망과 대용량 공업용수, 물류 인프라, 전문 기술 인력풀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대구와 경북은 낙동강 수계의 풍부한 용수를 확보하고 있으며 경산·영천·구미 등 탄탄한 소부장 제조 기반을 갖춘 비수도권 최적의 후보지임을 강조해 왔다. 시는 중앙정부와 대기업의 지속적인 설득과 명분을 강조하는 전략을 내세울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단순한 반도체 제조 기지에 머무르지 않고, 지능형 반도체 팹리스(회로 설계)를 비롯해 데이터의 연산과 제어, 변환 등 ‘정보처리’의 중추적 역할을 맡는 시스템 반도체를 미래 핵심 동력으로 동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지능형 반도체는 첨단산업의 핵심부품으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AI 구현에 사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능형 반도체는 뛰어난 설계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팹리스 기업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

대구시는 비수도권 팹리스 기업의 거점 역할을 할 ‘지능형 반도체 개발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김송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구·경북은 구미를 주축으로 웨이퍼와 핵심 소재, 패키징, 전자·IT 전방 수요 산업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체계가 촘촘하게 맞물려 있다”며 “반도체 소부장 전초기지로서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AI와 로봇, 반도체 등으로 대구 경제 대개조

지난달 29일 민선 9기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는 AI 전환(AX) 혁신 생태계 조성을 대구 미래 도약을 위한 200대 핵심 정책과제 중 하나로 확정하고 추경호 시장에게 전달했다. 대구시의 민선 9기 시정 제1과제는 ‘경제 대개조’다. 핵심은 반도체, AI, 로봇, 의료 등 미래 신산업을 중심으로 대구의 산업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대구시 전역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미래산업 수도’의 기반을 닦고, 대구 서남권과 군위·달성 등 외곽 지역을 첨단산업의 메카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신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세운 것이 경제·산업 전반의 AX 혁신이다. 제조공정 전반에 AI 자율제조 기술을 도입·확산해 ‘고부가가치형 AI 생태계’를 집중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지역 주력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지역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산업 경쟁력을 향상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의 최적지로 꼽히는 대구 수성알파시티 전경. 대구시 제공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의 최적지로 꼽히는 대구 수성알파시티 전경. 대구시 제공

대구 수성알파시티를 AI 서비스 생산기지로, 각 산업단지 제조현장을 데이터 생산기지로 육성해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기업 수요 중심의 AI 도입을 지원하는 민간 주도의 ‘AX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시는 ‘투자유치단’을 신설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테슬라 등 AI·첨단기술 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AI와 로봇, 의료를 중심으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미래 신성장 펀드 1조원을 마련해 기술창업과 기업 성장을 돕는 것도 민선 9기 대구시의 역점 과제 중 하나다. 정의관 시 미래혁신성장실장은 “설계·검증 인프라를 축으로 대구 반도체 생태계가 고도화하고 있다”며 “수요기업 및 산업과 연계한 실증사업을 확대해 대구를 AI 반도체 산업 거점 도시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국가 전략산업 투자가 호남권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TK 지역의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호남권에 반도체 전 공정 팹이 들어설 경우 지역에 뿌리를 둔 반도체 관련 기업 470여개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전문기업 1700여개가 대기업을 따라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추경호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들이 최근 국회 소통관에서 호남권 제2의 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들이 최근 국회 소통관에서 호남권 제2의 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경제계에서도 이에 대한 염려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상의와 경북상의협의회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메가 프로젝트에서 대구·경북이 빠진 것은 지역의 산업 경쟁력과 잠재력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지자체 간의 이권 다툼이 아닌 대한민국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과 합리성을 지키기 위한 ‘원칙의 문제’로 규정하고 향후 협력을 더욱 강화해 정부의 일방적인 투자 편중 기조에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 추경호 대구시장 “정부 반도체 투자 정치논리… 선정 과정 국회서 검증해야”

 

“정부의 입지 선정 과정은 ‘정치적 논리’에 가깝습니다.”

 

민선 9기 추경호(사진) 대구시장은 정부의 반도체 투자가 호남권에 편중된 것을 두고 이같이 비판하고, 입지 선정 과정의 투명한 공개와 국회 검증을 강력히 요구했다.

 

추 시장은 2일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는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그 내용과 과정은 지역 간 갈등과 불신을 키우는 ‘국가 균열발전’에 가깝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기업이 결정 과정과 절차를 투명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영남과 호남을 갈라치는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반도체 팹의 특성상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도체 산업은 인프라와 생태계가 승패를 가르는 만큼 철저한 시장 논리와 경제성 평가에 기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추 시장은 “반도체 팹은 안정적인 전력과 산업용수, 대규모 부지, 전문 인력, 소부장 생태계가 모두 갖춰져야 작동 가능한 최첨단 제조시설”이라며 “정권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고려가 개입할 영역이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와 대기업을 향해 구체적인 검증 자료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추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기업 총수 간 독대에서 오간 논의 내용과 청와대의 관여 범위를 따져 물으며 “평가표와 검토 결과를 국민 앞에 공개하고 대구와 경북이 배제된 명확한 이유를 밝히라”고 했다.

 

아울러 추 시장은 대구·경북의 입지적 우수성을 직접 증명하겠다며 적극적인 소통과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그는 “정부, 기업, 산업계, 학계 등 누구와도 만나겠다”며 “정부와 기업, 국회는 언제든지 대구와 경북을 방문해 직접 검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추 시장은 “첨단산업의 미래는 정치가 아닌 오직 경쟁력으로 결정되어야 하며,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를 그릴 수 없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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