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했던 홍명보 재기용 무리수
비판 여론에도 소수가 독단 결정
축구협회, 인사시스템 개선 외면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 수술 시급
“정몽규·홍 감독 퇴진은 시작일 뿐
협회 내 시스템 바꾸지 않는다면
무능한 감독 계속 나올 것” 지적
2014년 6월 22일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에스타디오 베이라히우. 대한민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알제리에 2-4로 완패했다. 이른바 ‘알제리 쇼크’로 불린 이 패배로 대한민국은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멤버 위주의 엔트리를 꾸려 ‘의리 축구’ 논란을 일으켰고, 플랜A 전술 하나에만 목매는 전술적 무능함으로 한국 축구의 정점인 A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을 그릇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24년 7월, 홍 감독은 다시 한 번 한국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이미 ‘실패한 감독’이 재선임되는 과정은 대한축구협회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홍 감독이 복귀한 시기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024년 아시안컵 졸전, 재택근무 논란, 선수단 관리 능력 문제 등으로 경질된 후였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로 거액의 잔여 연봉 지급 문제가 불거지면서 협회에는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협회는 시스템 개선은 외면한 채 실책을 되풀이했다.
당시 전력강화위원회에서는 거스 포옛(전 전북 현대 감독), 제시 마치(캐나다 감독) 등이 거론됐지만, 일부 K리그 감독들이 “외국인 감독보다는 국내에서 체류하며 대표팀에 집중할 수 있는 국내 지도자가 더 적합하다”며 여론을 주도했다. 정해성 위원장이 홍 감독을 밀다가 정몽규 회장의 반대에 부딪혀 사퇴했다.
이후 그 자리를 물려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독단적인 결정으로 홍 감독의 선임을 관철시켰다. 이 과정에서 이 이사가 홍 감독과 빵집에서 감독직을 논의한 ‘빵집 면접’이 불거졌다. 폭넓은 의사결정 구조가 아닌 소수의 독단 아래 대표팀의 운명을 좌우할 감독 자리가 결정된 것이다.
이로 인해 투명성, 공정성 논란이 커지자, 정치권도 나서 국가대표 감독직 선임에 대한 특정 감사를 실시했지만 정몽규 회장과 대한축구협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홍 감독 카드를 밀어붙였다. 오히려 정부가 강하게 개입할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대한축구협회는 안하무인식의 운영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손흥민(LAFC)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까지 각 포지션에 중심을 잡아줄 ‘월드 클래스 3인방’ 등 ‘황금세대’라 불리는 라인업과 멕시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황금조’에 속하고도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에도 들지 못했다.
한국 축구 카르텔의 정점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곧 사퇴 의사를 밝혔고, 그 카르텔의 축복 속에 한국 지도자 중 유일하게 월드컵에 두 번이나 사령탑직을 수행한 홍명보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 후 곧바로 사임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두 사람의 퇴진만으로는 지금의 한국 축구가 앓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인 카르텔과 짬짜미를 끊어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몇몇의 국내 축구인이 가진 기득권이 계속되는 한 제2, 제3의 홍명보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홍명보 감독 선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축구협회의 거버넌스(의사결정)의 문제다.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제2, 제3의 홍명보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와 시스템보다 특정 인물의 의중이 우선하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제2, 제3의 홍명보 사태를 막으려면 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을 멕시코 현장에서 중계하며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한 김환 JTBC 해설위원도 “홍 감독에게 모든 이슈가 쏠려있지만, 홍 감독이 나간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현재 의사결정 구조에는 축구적인 결정보다는 개인적 인맥이나 학맥, 지연 등에 의한 판단이 더 많다. ‘한국을 잘 안다’, ‘정신력이 있다’, ‘투지가 있다’ 등의 손에 잡히지 않는 기준으로 접근하다 보니 같은 유형의 감독 선임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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