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이 동성 간 강간의 형사처벌과 합의 가능 연령의 16세 단일화 등을 골자로 한 성범죄 관련 법률의 대대적인 개정을 추진한다. 기존 법률에 남아있던 성별 특정 조항을 대폭 삭제해 성 중립성을 확보하고, 미성년자 및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처벌 수위를 대폭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홍콩 입법회에 제출된 59페이지 분량의 협의 문서에서 홍콩 보안국은 미성년자와 정신적 능력이 부족한 이들을 성적 착취와 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강력한 규제 법안들을 발의했다.
홍콩 정부가 성범죄법 개정에 전격 나선 것은 2006년 법률개혁위원회(LRC)가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소위원회를 구성한 지 20년 만이다. 당국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기존의 낡은 성범죄법을 현대화하는 조치가 시급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16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비동의 성범죄, 취약계층 학대, 성적 착취를 조기에 예방하기 위한 예비적 성격의 신설 범죄 8가지가 포함됐다.
우선 보안국은 ‘성별에 관계없이’ 16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를 맺는 행위를 신설 범죄로 규정하고 법정최고형을 종신형으로 제안했다. 현행법 체계에서는 13세 미만 소녀와의 성관계는 최고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피해자가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경우 최고 형량이 징역 5년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또 가해자나 피해자의 성별을 남성이나 소녀로만 좁게 특정하고 있던 기존의 관련 조항들도 법적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전면 정비된다.
당국은 16세라는 기준 연령이 이미 사회적으로 확고히 정착된 만큼, 성별이나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성 중립성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예외 없이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안국은 16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적 침해는 사회적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중죄라며 확실한 범죄 억제 효과를 내기 위해 법정최고형을 종신형으로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체 접촉 여부와 상관없이 16세 미만 아동을 성추행할 경우 최대 14년의 징역형에 처해지며, 주로 디지털 수단을 이용해 성적 학대 목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접근하는 ‘아동 성적 그루밍’ 행위도 신설 법안에 따라 최고 10년의 징역형으로 처벌받게 된다.
미성년자에게 성행위를 목격하게 하거나 성적 이미지를 시청·전송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역시 5년에서 10년의 징역형 대상이며, 이를 방조하거나 용이하게 한 자도 주범과 동일한 수준으로 엄벌에 처해진다.
이와 함께 간병인이나 권력적 지위에 있는 자가 정신적 능력이 부족한 취약 계층을 학대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이 새로 마련됐으며, 근친상간과 강간죄 역시 성 중립적 방향으로 개정된다. 이에 따라 강간의 범위는 질, 항문, 요도에 대한 비동의적 삽입뿐만 아니라 구강에 대한 비동의적 음경 삽입까지 전면 확대된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강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반대로 여성 역시 강간의 주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성별로 쪼개져 있던 근친상간 범죄는 하나로 통합되고, 적용되는 가족 관계와 성행위의 범위도 대폭 넓어진다.
법적 ‘동의’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도 도입된다. 동의를 하는 당사자가 자발적이고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을 갖춰야만 법적 동의로 인정받는다. 하나의 성적 행위에 동의했다고 해서 다른 행위까지 동의한 것으로 간주할 수 없으며, 이 같은 동의는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는 구체적 조항이 명시됐다. 이외에도 공연음란 행위는 물론 동물이나 사체를 대상으로 한 성행위 역시 형사처벌 대상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기존에 경미한 추행부터 심각한 성적 침해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며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강제추행죄는 신체 접촉 여부에 따른 두 가지 성추행 죄목으로 세분화돼 대체된다. 피해자의 신체를 만지는 행위뿐 아니라 체액을 뿌리는 행위, 신체 접촉이 없었더라도 굴욕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 등이 모두 처벌 대상이다.
엘리자베스 콰트 홍콩 입법회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두고 현행법이 사회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성차별과 좁은 법적 테두리,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 등 숱한 결함을 안고 있었다며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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