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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들 염장 지른 ‘그 판정’…‘AI 심판’은 어떻게 돈이 됐나 [권준영의 머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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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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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ABS·전자 라인콜·반자동 오프사이드…AI가 바꾸는 스포츠 판정
판정 과정서 쌓이는 TB급 규모 데이터…중계·훈련·콘텐츠 잇는 새 자산
데이터가 돈이 되는 시대…AI 심판이 바꾸는 스포츠 산업

“스트라이크.”

 

지난 수십 년 동안 경기장을 울리던 심판의 목소리다. 이제는 일부 종목에서 그 판정을 알고리즘이 맡는 시대가 열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을 비롯해 테니스의 전자 라인콜, 축구의 반자동 오프사이드, 버추얼 태권도까지. 인공지능(AI) 기반 자동 판정 시스템은 일부 종목에서 심판의 판정 기능을 수행하며 스포츠의 판정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오심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 판정 과정에서 축적되는 방대한 데이터는 경기 분석과 선수 육성, 중계 서비스, 스포츠 비즈니스 전반에서 새로운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포츠가 경기 중심 산업에서 데이터 중심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오심도 흥행이던 시대…천문학적 중계권료가 인간의 눈을 지웠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스포츠 판정은 사람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다. 오심은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여졌고, 판정 논란마저 흥행의 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스포츠가 거대한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판정을 둘러싼 셈법도 달라졌다. 중계권료는 수천억원대로 커졌고, 오심 하나가 우승 상금은 물론 선수 몸값과 스폰서 계약, 구단 가치까지 흔드는 시대가 됐다. 판정의 정확성은 더 이상 공정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비용과 직결되는 문제가 된 것이다.

 

결국 스포츠는 사람의 눈보다 데이터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그 전환점을 만든 기술이 바로 호크아이(Hawk-Eye)였다. 2001년 크리켓, 2005년 테니스에 본격 도입된 호크아이는 처음에는 선수의 이의 제기를 확인하는 보조 장치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인간 심판을 대신하는 자동 판정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2019년부터 일부 대회를 중심으로 자동 라인콜이 도입됐고,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US오픈에서는 라인심 없이 전자 판정만으로 경기가 치러졌다. 이후 자동 판정은 메이저 대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현재 호크아이는 축구와 테니스, 크리켓, 럭비, 야구 등 20여 개 종목에 적용되고 있다. 95개국 이상, 400여 개 경기장에서 연간 4만5000경기 이상의 판정을 지원하며 스포츠 판정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AI는 이미 일부 판정 영역에서 심판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자동 판정의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니스다. ATP 투어는 2025시즌부터 많은 대회에서 전자 라인콜(Electronic Line Calling Live)을 운영하면서 국제 테니스에서는 라인심 없는 경기가 일상이 됐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FIFA의 반자동 오프사이드(SAOT)는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전용 카메라가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추적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자동 산출한다. 선수의 29개 신체 포인트를 초당 50회 분석하는 이 데이터는 판정뿐 아니라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D 리플레이와 경기 분석, 중계 콘텐츠 제작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농구와 럭비도 컴퓨터 비전과 센서 기반 판정 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비즈니스저널은 야구의 ABS, 테니스의 전자 라인콜, 축구의 반자동 오프사이드 등을 AI 심판의 대표 사례로 꼽으며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판정은 자동화가 표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에서 한국은 가장 앞선 사례 중 하나다. KBO는 2024년 세계 프로야구 최초로 리그 전체에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했다. 이후 국내 연구진은 2024시즌을 포함한 2515경기의 투구 기록을 분석해 인간 심판과 ABS의 판정 차이, 스트라이크존의 ‘그레이존’, 선수들의 적응 과정을 계량적으로 검증했다. 연구는 인간 심판의 성향이 개입되던 스트라이크존이 데이터 기준으로 표준화되면서 투수와 타자의 전략까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구글의 AI Gemini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구글의 AI Gemini 생성 이미지

◆핵심은 공정성이 아니다…경기당 TB급 데이터, 스포츠의 새 자산으로

 

AI 판정이 바꾸는 것은 공정성만이 아니다. 산업이 주목하는 것은 판정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디지털 자산이다. 정확한 판정은 출발점일 뿐, 진짜 가치는 데이터가 새로운 자산이 된다는 데 있다.

 

AI 기반 자동 판정 시스템이 작동하는 순간 경기장은 방대한 경기 데이터를 생산하는 공간으로 바뀐다. 공의 회전수와 궤적, 선수의 이동 경로와 발의 위치, 충격 강도, 반응 속도, 공간 좌표까지 경기 전 과정이 디지털 데이터로 축적된다. 한 번의 판정으로 끝났던 정보는 이제 저장과 분석, 중계 콘텐츠 제작, 선수 육성, 스포츠 비즈니스에 활용되는 디지털 자산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데이터는 선수 분석과 경기 전략 수립은 물론 실시간 중계 그래픽과 코칭 프로그램, 팬 서비스, AI 훈련 시스템의 원료가 된다. 판정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니라 데이터를 생산하는 과정이 되는 셈이다.

 

시장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AI 스포츠 시장 규모가 2025년 106억 달러(약 16조3000억원), 2026년 127억 달러(17조3000억원)에서 2033년 499억 달러(약 76조8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21.6%에 달한다. 현재 시장의 58.9%를 AI 스포츠 솔루션 부문이 차지하는 것도 데이터 기반 기술이 산업 성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흥미로운 것은 성장 속도다. 스포츠 분석 시장은 2025년 약 57억 달러(약 7조8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2033년에는 약 231억 달러(약 31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 판정을 비롯한 AI 기반 스포츠 기술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적용 분야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경기 중 생성되는 트래킹 정보가 방송과 코칭,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되면서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스포츠 기업의 경쟁력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뛰어난 선수와 감독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많은 경기 데이터를 확보하고 저장·분석·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호크아이가 처리하는 원시 영상과 트래킹 데이터는 경기당 테라바이트(TB)급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 방대한 데이터는 판정을 넘어 경기 분석과 중계 콘텐츠, 선수 육성, AI 학습의 기반이 되는 핵심 자산이다.

 

결국 AI가 심판을 대신하는 것이 이 변화의 본질은 아니다. 심판은 여전히 경기 운영과 규정 해석, 예외 상황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과거 스포츠 산업의 핵심 자산이 스타 선수와 경기장이었다면, 이제는 카메라와 센서, 알고리즘, 그리고 경기마다 축적되는 방대한 데이터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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