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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없이도 뚝딱뚝딱… 공간 한계 넘어 발상을 뒤집다 [S 스토리-도심 택지난 대안 될까… 해외 기발한 주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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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승주 기자 joo4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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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쉬워 재활용 가능 ‘모듈러 주택’
英, 재개발 착공 전 빈 땅에 임시 구축
LA, 기존 상가 위 쌓아 올린 아파트
덴마크·네덜란드엔 수상 주거 단지
건축법 유연하게 적용… 합법 건물로

집은 꼭 ‘땅 위’에만 지어야 할까. 서울처럼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좋은 입지일수록 공급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 보면 해법이 꼭 새로운 택지를 확보하는 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땅 위에 집을 짓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물 위, 도로 위, 기존 건물의 상부 공간 등 그동안 주거지로 보기 어려웠던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주택 공급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가 많다.

LH토지주택연구원은 ‘세상에 이런 집이?’ 보고서에서 도심 속 숨겨진 공간을 찾아내 뚝딱뚝딱 집을 만들어 낸 기발한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있다. 물 위, 도로 위, 건물 밖 공중 공간 등 그동안 집을 지을 수 없다고 여겨졌던 곳들이 발상의 전환을 거쳐 주거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길이 열리는 만큼 고질적인 주택 공급난을 풀 실마리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공간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근 재개발 예정 부지 공백을 활용해 지은 1000가구 규모의 학생 기숙사 키트보넨 일부 모습. LH 제공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근 재개발 예정 부지 공백을 활용해 지은 1000가구 규모의 학생 기숙사 키트보넨 일부 모습. LH 제공

◆재개발 공백기부터 건물 옥상까지

도시에는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앞두고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수년간 비어 있는 땅이 적지 않다. 이 공백기를 활용해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는 임시주택을 지으면 주택 공급난을 완화할 수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인근 재개발 예정부지의 공백 기간을 활용해 대규모 학생 기숙사 ‘키트보넨(Keetwonen)’을 지은 사례가 있다. 한시적으로 사용할 부지라는 전제하에, 언제든 다른 부지로 이전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듈러 주택을 지은 것이다. 해상 컨테이너를 주거 모듈로 전환해 짧은 시간 내 1000가구 넘는 기숙사를 공급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재개발 예정부지의 공백기간을 활용해 지어진 1000가구 규모의 기숙사 일부 모습. 사용 종료 후 다른 부지로 이전해 재사용할 수 있게 설계된 모듈러 주택이다. LH 제공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재개발 예정부지의 공백기간을 활용해 지어진 1000가구 규모의 기숙사 일부 모습. 사용 종료 후 다른 부지로 이전해 재사용할 수 있게 설계된 모듈러 주택이다. LH 제공

영국 런던의 ‘플레이스 레이디웰(Place Ladywell)’도 철거된 레저센터 부지이자 재개발이 예정된 공터에 조성된 모듈러 주택이다. 본격적인 재개발이 시작되기 전 비어 있던 도심 부지를 단기 공공주택 공급지로 전환했다. 필요할 경우 다른 부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순환형 공공주택이기에 가능했다.

영국 런던에 재개발이 예정된 공터에 조성된 24가구 규모의 모듈러 주거 ‘플레이스 레이디웰’. LH 제공
영국 런던에 재개발이 예정된 공터에 조성된 24가구 규모의 모듈러 주거 ‘플레이스 레이디웰’. LH 제공

이러한 방식이 불가능하다면 기존 건물 옥상에 집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미국 LA에는 ‘스타 아파트’가 있다. 기존 LA 번화가의 1층 상업 건물을 허물지 않고 그 위에 거대한 강철 다리 모양의 뼈대를 얹은 뒤, 공장에서 찍어낸 모듈러 주택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도심의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땅을 새로 매입하는 것이 아닌, 기존 건물의 공중 유휴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해 102가구 아파트를 창출해낸 것이다. 최상희 LA 토지주택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LA 최초의 대규모 사전 제작 다세대 주거 개발”이라며 “좁고 복잡한 도심 필지에서도 상부 증축을 통한 주거 공급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LA다운타운의 단층 상업건물 위에 짓고 있는 102가구 규모의 아파트. 상업건물 상부를 새로운 대지처럼 활용했다. LH 제공
미국 LA다운타운의 단층 상업건물 위에 짓고 있는 102가구 규모의 아파트. 상업건물 상부를 새로운 대지처럼 활용했다. LH 제공

고밀도로 개발된 도시라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틈새를 찾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규모 주택 공급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버려진 자투리 필지나 건물 내 공간은 일반 택지보다 취급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경량 철골 등 혁신 공법을 활용하면 중장비 없이도 시공이 가능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주거 밀도가 높은 일본 도쿄에선 이 같은 틈새 주택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전체 대지 2.5m, 건물 폭 1.8m 규모의 틈새주택으로 각 층의 바닥 높이를 반 층씩 엇갈리게 배치해 좁은 공간에서도 넓고 트인 느낌을 확보했다. 정부가 건축 기준법을 유연하게 적용해 방화와 구조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주택으로 인정받은 사례이기도 하다.

일본 도쿄 도시마구 도심 주거 밀집지역에 들어선 신규 틈새 주택. 정부가 건축 기준법을 유연하게 적용해 방화와 구조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주택으로 인정받았다. LH 제공
일본 도쿄 도시마구 도심 주거 밀집지역에 들어선 신규 틈새 주택. 정부가 건축 기준법을 유연하게 적용해 방화와 구조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주택으로 인정받았다. LH 제공

◆수상 공간도 활용하라

집은 땅 위에 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보는 건 어떨까. 수면도 택지가 될 수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물 위에 지어진 집 ‘어반 리거(Urban Rigger)’가 있다. 과거 조선소 부지 인근 수면 위에 중고 해상 컨테이너를 이용해 만든 수상 주택이다. 콘크리트로 특수 부유물을 만들어 물에 띄우고 화물용 선적 컨테이너 6개를 육각형 모양으로 배치해 쌓아 올려 완성한 학생 기숙사다.

어반 리거는 공장에서 주택을 구성하는 유닛을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식을 택했다.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얻고, 난방과 온수 에너지의 75%를 주변 바닷물에서 추출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구조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수상 주택을 부동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법적 논란이 있었지만, 덴마크 정부와 코펜하겐시가 항만법과 건축법을 유연하게 해석해 이를 건축물로 인정하고 주소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어반 리거’가 개별 건축 프로젝트라면, 도시 계획 차원에서 대규모로 조성된 ‘물 위의 아파트 단지’도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에이뷔르흐(IJburg) 인공섬 인근 공공 수면 위에 조성된 ‘워터뷔르트(Waterbuurt)’로, 강 위에 띄운 마을로 분류된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4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아 홍수 위험이 큰 나라다. 암스테르담의 인구밀도가 점차 높아져 주택 부족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과 싸워가며 땅을 넓히는 간척 방식을 택하느니, 차라리 물과 함께 사는 수상 도시를 택하는 발상의 전환을 이룬 것이 바로 이 워터뷔르트다.

◆철도 아래, 건물 밖 공중까지

런던에는 19세기에 지어진 수천 개의 철도 고가도로가 있다. 디자인 기업 ‘언더커런트 아키텍츠’는 이 버려진 공간에 주목해 자투리 땅을 독창적인 3층짜리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소음을 없애기 위해 아치 벽면과 내부 주거 구조물 사이에 특수 고무 댐퍼를 넣은 독립된 링 구조를 만들어 진동과 소음을 완전히 흡수했다. 좁은 대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래층은 사진과 예술 작업실로, 위층은 주거공간으로 배치한 수직 레이어 구조를 취해 공간 효율을 극대화했다.

암스테르담에는 ‘우즈코(WoZoCo)’라는 공중에 매달린 집도 찾아볼 수 있다. 이곳에는 노인 주택이 필요했지만 정해진 부지 안에 계획한 세대를 모두 담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설계자는 일부 세대를 건물 외벽 밖으로 길게 돌출시키는 ‘캔틸레버 구조’를 적용해 제한된 대지 조건을 극복하는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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