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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의시읽는마음] 들뜬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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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이

필요한 물건을 주문했다

상품 주문부터 배달 완료까지

안성맞춤 추적 안내 시스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가 떴다

그러려니 했다

다음 날 아침 반짝반짝 안내 문자

배송 도착 완료 새벽 02시 10분

새벽 배송을 요청한 게 아니었다

 

발가벗긴 듯 화끈거린다

온몸에 바늘이 박힌 것처럼 따끔거린다

불안이 내일을 업고 질주한다

 

상품이 파손되면 배달 노동자 책임

배달 노동자가 사고 나면 본인 책임

자본도 시민도 나라도 외면하는 노동자

 

일상의 균형이 편리에 맞춰질수록

24시간 배달이 계속될수록

어둠보다 더 늦게 잠들고

새벽보다 더 일찍 깨어 빨리 빨리

(하략)

 주문한 물건이 예정보다 일찍 배송되자 시 속 사람은 당황한다. 당황하다 못해 “온몸에 바늘이 박힌 것처럼 따끔거린다”고 한다. 모두가 빨리 더 빨리를 바라는 때, 도리어 그 속도에서 불안을 감지한다. 들뜬, 지나치게 과열된, 여러모로 불안정한 K노동의 실상을.

 

 이따금 나도 놀란다. 주문한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문 앞에 도착한 택배를 보며. 고요한 새벽, 빌라 계단을 오르는 무거운 발걸음과 택배 상자를 내리고서 토하듯 뱉는 한숨을 들으며. 다시 분주히 계단을 내려가는 문밖의 기척을 긍긍하며 살피는 문 안의 시간도 더불어 불안정해지는 것 같다.

 

 단지 배달 노동에 한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시가 짚은 대로 “일상의 균형이 편리에 맞춰질수록” 다른 것들은 곧잘 뒤로 밀리곤 한다. 편한 것, 빠른 것만을 원할 때 우리가 놓치는 중요한 것들이 있다. 한번 파손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것들. 누구의 책임일까.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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