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전력·용수 인프라 등 난제 첩첩
관치·외압·특혜 꼬리표 떼기 급선무
수백조 원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둘러싼 관치·정치외압 논란이 가열되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 주말 6건의 SNS 글을 잇달아 올리며 “공직자들의 설득·요청에 따라 최고경영자(CEO)들이 결단한 것”이라며 “전무후무한 초대규모 지역투자 유치라는 역사적 성과”라고 자평했다. 이어 “국가 정책을 정치에 악용해 기업들 팔목을 비틀어 강요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일도 그렇게 보일 것”이라며 “부처 눈에는 부처만,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거칠고 자극적인 언사로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대통령이 “직권남용이나 강요·지시가 아니라 행정지도나 조성행정”이라고 했지만, 관치 논란은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없다. 국민의힘은 “산업 전략이 아니라 정치 보상”이라며 “공모 절차도 유치 경쟁도 없는 깜깜이 밀실 정책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지역투자는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민도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아무리 국가 균형이 중요해도 지방투자는 기업이 손익을 따져 스스로 내린 결정이어야 한다.
반도체 산업 입지는 전력과 용수, 인재 인프라가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정부 시절 시행된 국가첨단전략산업 공모에서 광주·전남이 최우수등급을 받았다고 했다. 입지 잠재력은 인정하더라도 신재생 에너지의 간헐성과 송전망 문제, 반도체용 용수 확보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SK하이닉스 용인 산단도 2019년 계획 발표 이후 6년 만에 첫 삽을 떴다. 인허가 과정에서 주민 설득과 용수 해결, 전략 인프라 등의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수도권이 ‘취업 남방한계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급 인재 확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업체 등 생태계 조성도 그렇다.
국가 명운이 걸린 반도체산업 지도를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는 이런 현실적인 우려를 불식하는 게 우선이다. 오늘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타당성 등을 소상히 설명해 다른 지역의 불만을 잠재우길 바란다. 전력·용수 인프라·인재 정주 여건 등과 관련된 상세한 로드맵 제시도 필요하다. 부지 선정부터 정부 지원, 기업투자 과정에서는 경제성과 효율성이 최우선 기준이다. 국민이 납득하지 않는다면 관치와 정치외압, 특혜 꼬리표가 따라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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