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레이=남정훈 기자] 한국 축구는 참 묘하다. 어이없는 역대급 졸전을 펼쳐서 해서 비판을 넘어 비난을 퍼붓고 싶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선 어부지리라도 다음 라운드에 올라가길 바라게 만든다. 남아공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역대 최악의 졸전의 하는 바람에 한국은 자력으로 32강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가 빙고를 하고 있다. 한국의 32강 진출을 위해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놓고, 성공하면 O를, 실패하면 X를 그리고 있다. 근데 문제는 지금까지 여섯 개의 빙고 중 O는 딱 하나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32강 진출 가능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27일(한국시간)의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였던 G조에서도 한국의 32강 진출 가능성을 낮추는 결과가 나왔다. 2차전까지 조 3위에 머물던 벨기에아 뉴질랜드를 대파하면서 조 1위로 올라섰고, 이집트와 이란이 비기면서 한국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을 다투는 조 3위끼리의 경쟁에서 8위까지 밀려났다.
G조에서 한국의 32강 진출을 높이는 경우의 수는 간단했다. 2차전까지 1승1무로 조 1위를 달리던 이집트가 2무로 조 2위를 달리던 이란을 꺾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이란은 승점 2에 그대로 묶인 채로 3위로 떨어질 수 있었지만, 이슬람교 수니파의 강자 이집트는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과 1-1로 비겼다.
동시에 열린 경기에서 벨기에는 레안드로 트로사르의 멀티 골에 케빈 더브라위너, 로멜루 루카쿠, 알렉시스 살레마키어스의 연속 골을 엮어 뉴질랜드를 5-1로 완파했다.
이로써 벨기에(6득점 2실점)와 이집트(5득점 3실점)가 나란히 1승 2무로 승점 5을 쌓아 32강 진출권을 손에 넣었으나 조 1위는 골 득실 차에서 앞선 벨기에가 차지했다. 두 팀은 이번 대회 맞대결에서는 1-1로 비겼기에 승자승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최종전에서 다소 아쉬운 경기력을 보인 이집트는 조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았지만, 어쨌든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이날 무승부를 기록한 3무(승점 3, 3득점 3실점)를 거둔 이란이 조 3위로 32강 진출을 기다리게 됐다. 이란은 한국(승점 3, 1승2패, 2득점, 3실점)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앞서 3위간 경쟁에서 한국보다 윗 자리에 위치하게 됐다. 그 바람에 A조 3위 한국은 각 조 3위 간 경쟁에서 8위로 떨어졌다.
48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는 12개 조 1·2위뿐 아니라 조 3위 중 상위 8개팀도 32강 토너먼트에 나선다. 현재 한국보다 3위 국가 중 낮은 순위가 확정된 국가는 C조의 스코틀랜드(승점 3, 1승2패, 골득실 –3), H조의 우루과이(승점 2, 2무1패, 골득실 –1)밖에 없다. 한국이 ‘남아공 쇼크’를 당한 이후 D,E,F,G,H,I조 중 한국에게 웃어주는 결과가 나온 조는 H조가 유일하다. 나머지 다섯 개조는 한국의 32강 진출 가능성을 더 낮추게 만들어 X자가 그어졌다. 이제 한국이 32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조별리그 마지막 날인 28일 치러지는 J,K,L조 경기 중 두 개 조에서 조 3위가 한국보다 아래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됐다. 이래저래 홍명보호는 조별리그 최종의 최종전까지 국민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역대급 민폐를 저지르고 말았다. A조 최약체인 남아공에 승리도 필요없이 비기기만 하면 됐는데 말이다.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에 도전한다더니 32강조차 진출하지 못하는 역대 최악의 월드컵이 되기 일보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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