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레이=남정훈 기자] 월드컵 출전국들끼리 약속이라도 한 것 같은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의 32강 토너먼트 진출의 경우의 수가 계속 빗나가고 있다. ‘남아공 쇼크’로 A조 3위에 머문 한국 축구의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A조 최약체라던 남아공조차 이겨내지 못하는 전력으로 32강에 오르면 뭐 하겠나 싶지만 말이다.
27일(한국시간)엔 세네갈마저 한국보다 골득실에서 앞서는 조 3위가 되면서 더욱 멀어졌다. 세네갈은 캐나다 토론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I조 최종전에서 전반 13분 퇴장당해 10명으로 싸워야 했던 이라크를 5-0으로 대파했다.
프랑스에 1-3, 노르웨이에 2-3으로 패했던 세네갈은 이날 대승으로 1승2패, 승점 3이 됐다. 8골을 넣고 6점을 내주면서 골 득실이 +2가 되면서 한국(골 득실 –1)과 승점은 동률은 이뤘으나 골 득실에 앞서 조 3위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48개국으로 늘어난 북중미 월드컵은 각 조 1~2위 24팀과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8팀이 32강에 올라 토너먼트로 우승 팀을 가린다. 세네갈의 대승으로 한국은 조 3위 12팀 중 7위로 한 계단 더 내려갔다. ‘옵타’가 실시간으로 매기는 32강 진출 확률에서 한국은 36.04%로 점점 떨어지고 있다.
2패팀끼리의 맞대결이 펼쳐진 가운데, 이날 경기에선 세네갈이 이라크와 비기거나 세네갈이 1골 차 승리를 해야만 한국이 세네갈보다 위에 위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희망은 전반 초반부터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실 이런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 자체가 한국 축구가 이번 월드컵에서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네갈은 킥오프 4분 만에 압둘라예 세크의 헤더가 상대 수비의 발에 맞고 들어갔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이라크는 전반 9분, 레빈 술라카가 사디오 마네를 잡아당겨 비디오판독(VAR) 끝에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퇴장 여파로 인한 수적 열세에도 전반을 이라크가 0-1 열세로 버텨냈지만, 후반 들어 와르르 무너졌다. 아니 세네갈의 공격이 너무나 압도적이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후반 11분 이스마일라 사르의 추가골로 한국을 제쳤다. 이어 파프 게예가 후반 14분과 26분 연속골을 터뜨려 사실상 이라크로부터 백기를 받아냈다. 세네갈은 후반 37분 일리만 은디아예의 중거리 골로 5-0 대승에 쐐기를 박았다.
25일 남아공 쇼크 이후 한국이 32강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하나하나 지워지고 있는 중이다. 26일 열린 3개 조 경기도 모두 다 한국에게 불리하게 진행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국에 0-2로 패해 탈락의 쓴 잔을 마셨던 독일이 이미 E조 1위를 확정한 상태에서 에콰도르에 1-2 역전패를 당한 게 한국에는 치명적인 상황이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고 했는데, 독일이 의도치 않게 한국에게 8년 전 아픔을 제대로 복수한 모양새다. 게다가 일본이 스웨덴을 2골차 이상으로 잡아줬다면 스웨덴도 한국보다 3위 국가 중 순위를 아래로 둘 수 있었지만, 일본도 스웨덴과 1-1로 비겼다. 라이벌 일본에게 승리를 바라야만 초라한 처지에 몰렸던 한국이지만, 그마저도 행해지지 않았다.
이제 한국은 남은 H, G, J, L조 경기 결과에 따라 조 3위 중 앞서는 나라 2개가 나오면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인천행 비행기에 탑승해야 한다.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에 도전한다더니 32강조차 진출하지 못하는 역대 최악의 월드컵이 되기 일보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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