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형 집행유예 →2심 무죄 뒤집혀
대법, 부적법 이유로 검찰 상고 기각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해 ‘깐부 할아버지’로 유명세를 얻은 배우 오영수(82)씨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지 3년7개월 만이다. 그는 2017년 여성 연습단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출연 예정이었던 연극에서 배제되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전날 상고기각 결정으로 확정했다. 형사 사건에서 상고 이유가 부적법한 경우 별도의 판단을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한다. 형사소송법상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다시 따지는 법원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오인을 이유로 한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오씨는 기소 3년7개월 만에 혐의를 벗게 됐다.
오씨는 2017년 여름 연극 공연을 위해 지방에 머물던 때 산책로에서 연극단원 A씨를 껴안고, A씨 주거지 앞에서 볼에 입맞춤하는 등 두 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2022년 11월 불구속기소 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의 판단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오씨가 강제추행한 것이 아닌지 의심은 들지만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에 따라야 한다”는 법리를 들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강제추행 발생 6개월 뒤 성폭력 상담소에서 상담받고, 친한 동료들에게 사실을 알렸으며, 피고인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의 메시지에 피고인이 사과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공소사실처럼 강제추행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범죄 행위가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작품이 받는 타격이 불가피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오씨가 보낸 사과 메시지가 이례적이지 않다는 설명도 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출연한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던 상황에서 피해자가 보낸 메시지를 따지기에 앞서 사과한 행동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동료로서 포옹인 줄 알았으나 평소보다 더 힘을 줘 껴안았다는 피해자 주장은 예의상 포옹한 강도와 얼마나 다른지 명확하게 비치지 않아 포옹의 강도만으로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피해자 주거지 앞에서 볼에 입맞춤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선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입증할 만한 수사가 이뤄진 게 없다”고 했다.
피해자 측은 항소심 판결 뒤 “사법부가 내린 개탄스러운 판결은 성폭력 발생 구조와 위계 구조를 굳건히 하는 데 일조하는 부끄러운 선고”라고 비판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오씨는 한국 배우로는 처음 2022년 1월 미국 골든글로브 TV부문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출연한 광고 송출이 중단되고, 예정된 작품에서도 출연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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