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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도 챔피언도 “드라이버 내려놨다”… ‘스타 제조기’ 버치힐의 고저차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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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리원 기자 rewonv@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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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내리는 고원 코스가 만든 전략 싸움
선수와 캐디가 읽어낸 ‘버치힐의 흐름’

‘탕!’

 

클럽 헤드가 공을 때리는 소리가 고요한 고원 코스에 울려 퍼졌다.

 

26일 강원도 평창 버치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 1라운드에서 김민솔이 샷을 하고 있다. KLPGA
26일 강원도 평창 버치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 1라운드에서 김민솔이 샷을 하고 있다. KLPGA

 

6월의 끝자락. 그러나 코스에 한여름은 없었다. 이날 오전 서울이 26도까지 오르는 동안, 해발 777m 고원의 버치힐 컨트리클럽은 15도에 머물렀다. 발왕산을 타고 내려온 바람은 반소매 차림의 선수들에게도 서늘했다. 코스를 따라 이동하던 사진기자들은 하나둘 바람막이 지퍼를 목 끝까지 끌어올렸다.

 

‘해발 777m’를 알리는 표지석. 김리원 기자
‘해발 777m’를 알리는 표지석. 김리원 기자

 

선수들은 티잉 구역에 올라설 때마다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모자챙을 매만지고, 바람을 한 번 가늠한 뒤에야 클럽을 휘둘렀다. 어떤 공은 버디가 됐고, 어떤 공은 보기로 돌아왔다.

 

26일 강원도 평창에서 막을 올린 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 1라운드. 버치힐을 경험한 선수들은 이 코스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흐름만 타면 스코어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코스.”

 

버치힐은 길지 않다. 전장은 6491야드. 대신 평평한 홀을 찾기 어렵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곳곳에 자리한 벙커와 굴곡은 거리보다 정확한 샷을 먼저 요구한다. 과감하게 공략하면 버디 기회가 찾아오지만, 한 번 빗나가면 곧바로 타수를 잃는다.

 

고지우가 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 1라운드에서 샷을 하고 있다. KLPGA
고지우가 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 1라운드에서 샷을 하고 있다. KLPGA

 

그 균형을 누구보다 잘 증명한 선수가 ‘버디 폭격기’ 고지우다. 2023년 이곳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23언더파를 몰아쳐 KLPGA 투어 54홀 최소타 타이기록까지 세웠다. 버치힐은 그에게 가장 편한 코스다.

 

“여기 오면 자신감이 생겨요. 버디를 잡을 홀이 많거든요. 흐름만 타면 낮은 스코어도 충분히 가능하고요.”

 

올 시즌 우승이 없는 디펜딩 챔피언 고지우는 가장 좋아하는 코스에서 반전을 노린다. 이날은 3언더파를 적어냈다.

 

임진영과 캐디 류재창씨가 버디를 기록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KLPGA
임진영과 캐디 류재창씨가 버디를 기록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KLPGA

 

하지만 ‘흐름’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선수보다 먼저 움직이는 건 캐디다. 티샷에 앞서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고, 핀 위치를 살핀다. 야디지북을 펼쳐 고저차와 거리를 다시 계산한 뒤 마지막 클럽 선택을 돕는다. 공격할 홀과 지켜야 할 홀을 구분하는 일도 캐디의 몫이다.

 

임진영의 캐디 류재창씨가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환하게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리원 기자
임진영의 캐디 류재창씨가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환하게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리원 기자

 

임진영의 캐디 류재창씨는 버치힐 공략의 핵심으로 ‘고저차’를 꼽았다.

 

“고도가 계속 오르내리는 코스라 코스 매니지먼트에 특히 신경을 썼다. 고저차가 크면 선수가 헤드업하기 쉽고, 잘못 치면 핀이 아예 안 보인다.”

 

그래서 클럽 선택부터 달라진다.

 

“원래 드라이버를 잡는 홀도 여기선 드라이버가 오히려 불리할 때가 있다. 멀리 보내면 핀이 안 보이고, 특히 파5에서는 세컨드샷 공략이 어려워진다. 그럴 땐 유틸리티나 우드로 끊어 가거나, 나무를 넘기는 쪽을 택한다.”

 

류재창씨가 백을 멘 임진영은 4언더파를 적어냈다. 서늘한 날씨도 한몫했다. 그는 “시원하면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덜 힘들어 좋다”고 말했다. 

 

김민솔. KLPGA
김민솔. KLPGA

 

첫날 가장 먼저 흐름을 탄 선수는 버치힐이 처음인 김민솔이었다. 스무 살의 김민솔은 보기 1개를 범했지만 버디 8개를 쓸어 담으며 7언더파 선두권에 올랐다.

 

같은 코스에서 오버파를 적어낸 선수도 적지 않았다. 조건은 같았지만, 코스를 어떻게 읽어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졌다.

 

김민솔이 대회 1라운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리원 기자
김민솔이 대회 1라운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리원 기자

 

김민솔의 플레이에는 캐디의 전략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샷도 좋았지만 코스 공략에서 ‘캐디 삼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좁은 홀에서는 드라이버를 잡지 않고 아이언이나 유틸리티로 공략했다. 코스가 짧아서 드라이버를 치지 않아도 무리가 없었다. 티샷을 정확하게 치는 게 중요하다. 장타자가 유리한 코스는 아닌 것 같다.”

 

버치힐은 많은 골프 스타를 배출해 온 코스다. 초대 챔피언 고진영을 시작으로 최혜진, 임진희, 박현경이 이곳에서 트로피를 들었다. 고진영은 이 대회를 발판 삼아 LPGA 투어로 건너가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 우승자 명단은 곧 한국 여자골프의 성장사이기도 하다.

 

첫날 승부는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이틀. 누가 버치힐의 흐름을 끝까지 자기 편으로 만드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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