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과 빠른 기술 추격을 앞세워 미국 빅테크 중심의 AI 시장을 흔들고 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모든 부서 인력을 최소 2배로 늘리겠다는 대규모 채용에 나섰고, 또 다른 중국 AI 기업 Z.ai는 미국 최상위 AI 모델에 근접한 성능의 오픈소스 모델을 훨씬 낮은 가격에 내놓으며 주목받고 있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딥시크는 전날 채용 공고를 통해 “모든 부서 규모를 최소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딥시크는 알고리즘, AI 핵심 시스템 연구개발, 딥러닝, 제품 관리 및 엔지니어링 등 7개 주요 분야에서 33개 직무를 모집하고 있다. 채용 대상에는 서버 개발 엔지니어, 사전학습 데이터 엔지니어, 슈퍼컴퓨팅 클러스터 연구개발 엔지니어, 비영어권 외국어·의학·법률 분야 데이터 제품 관리자 등이 포함됐다.
회사 측은 “신입 인재들이 곧바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업무를 맡도록 하는 것이 딥시크의 채용 철학”이라며 “새 직원들이 빠르게 업계 최고 수준의 인재로 성장해 AGI 개발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채용 확대는 딥시크가 최근 첫 외부 투자 유치를 마친 직후 이뤄졌다. 딥시크는 최근 약 500억위안(약 1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투자 후 기업가치는 약 4000억위안(약 91조원)수준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가 인력과 자금을 빠르게 확충하는 사이, 중국 AI 모델의 성능도 미국 주요 기업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중국 AI 기업 ‘Z.ai’(옛 지푸AI)가 최근 공개한 최신 모델 ‘GLM-5.2’가 앤트로픽과 오픈AI 등 미국 첨단 AI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GLM-5.2는 특히 컴퓨터 코드를 생성하고, 다른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복합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Z.ai 측은 이 모델이 일부 벤치마크에서 앤트로픽의 고성능 모델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고, 오픈AI와 구글의 일부 모델을 앞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도 중국 모델의 확산을 뒷받침하고 있다. AI 모델 순위와 가격 비교 서비스를 운영하는 오픈라우터 등에 따르면 GLM-5.2는 특정 작업에서 앤트로픽의 고성능 모델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AI 분석업체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상위 모델 순위에도 중국산 모델 여러 개가 이름을 올린 상태다.
중국 모델의 또 다른 특징은 오픈소스 전략이다. GLM-5.2는 다른 중국 AI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내려받아 사용하고 수정할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이다. 미국 주요 AI 기업들이 폐쇄형 모델과 유료 API를 중심으로 수익화하는 것과 달리, 중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높은 접근성을 앞세워 시장을 넓히고 있다.
미국 AI 업계는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 모델이 빠르게 확산할 경우 미국 기업들이 장악해온 AI 생태계의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미 상무부부는 국가안보상 우려를 이유로 Z.ai를 수출통제 명단에 올린 바 있으며, 최근에는 첨단 AI 모델의 해외 사용 제한도 강화하고 있다.
모델 모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앤트로픽은 알리바바의 큐원 등 중국 AI 연구소들이 허위 계정을 동원해 자사 AI 모델에 대규모 질문을 던지고, 그 응답 데이터를 이용해 성능을 모방하는, 이른바 ‘증류’ 작업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류는 한 AI 시스템의 출력을 이용해 다른 모델을 학습시키는 기법으로, AI 개발 과정에서 널리 쓰이지만 무단 데이터 수집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중국 AI 모델의 성장이 모두 미국 모델 모방의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GLM-5.2 접근권을 판매하는 업체 바세텐의 모델 학습 책임자 찰스 오닐은 “중국 모델의 모든 기능이 앤트로픽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증류’만으로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구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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