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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손잡고 미사일 만든다…K방산 새 축 되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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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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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공동개발로 기간 단축 노린다
생산부터 MRO까지…생태계 구축
기술 축적·수출 확대…새 성장축

세계적 성능을 지닌 미사일의 개발·생산·유지보수까지 진행하는 기업이 국내에 들어설 모양새다.

 

현대전 핵심 무기인 미사일의 국내 제작을 추구하는 업체는 알엔티엑스. 방위사업청 등에서 풍부한 경력을 쌓은 사람들로 경영진을 꾸렸다.

 

프랑스 사프란이 제작한 공대지 정밀유도무기가 지난 11일 독일 쇠네펠트에서 열린 베를린 에어쇼 전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랑스 사프란이 제작한 공대지 정밀유도무기가 지난 11일 독일 쇠네펠트에서 열린 베를린 에어쇼 전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현재 개발 및 생산 협력업체와의 협의, 기반 시설 조성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알엔티엑스는 미사일 공동개발 및 생산, 유지·보수·정비(MRO)와 관련해 다수의 유럽 미사일 전문기업들과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기반 미사일 개발하나

 

지금까진 첨단무기를 개발할 때, 군이 소요를 제기하고 선행연구와 체계개발 등의 절차를 거쳤다.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할 수 있지만, 기본작전능력(IOC) 획득까지 10∼15년이 걸렸다.

 

과거에는 이같은 방식이 적합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기술 발전과 전쟁 양상 변화가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기 때문이다. 새로 만든 무기라도 순식간에 노후화할 위험이 커진 셈이다.

 

영국 런던에서 지난해 9월 열린 DESI 전시회에서 관계자들이 미사일들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영국 런던에서 지난해 9월 열린 DESI 전시회에서 관계자들이 미사일들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와 관련해 기존에 만든 무기나 기술·경험에 추가적인 소요를 더해서 신무기를 제작하는 파생·공동개발 방식이 주목받는다. 

 

인도산 브라모스 초음속 대함미사일이 대표적 사례다.

 

러시아산 P-800을 기반으로 개발된 브라모스는 인도가 독자적으론 달성하기 어려웠을 초음속 순항미사일 역량을 P-800을 활용함으로써 8년 만에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브라모스는 베트남, 필리핀이 도입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알엔티엑스도 유럽을 대상으로 브라모스와 유사한 사업 모델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방위사업청 정밀유도무기사업부장 출신인 황성환 알엔티엑스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 수준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새 버전들을 유럽 업체들과 공동개발하고 국내 생산하기 위해 유럽의 미사일 전문기업들과 협의 중”이라며 올 여름쯤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는 “기존 중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면허생산도 사업 계획에 들어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것은 아직 공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독일 타우러스시스템스의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독일 타우러스시스템스의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럽산 미사일 중 대표적인 공대지 미사일은 타우러스와 스칼프, 스톰섀도다. 공대공미사일은 미티어, 아스람 등이 있다.

 

타우러스와 미티어는 한국이 최근 도입했다. 제작사인 타우러스시스템즈와 MBDA는 과거 한국과의 미사일 관련 협력을 도모한 바 있다.

 

알엔티엑스는 초기 단계에선 국내 대형 방산업체들과 협력해 미사일 개발·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황 CEO는 “세계적 수준의 미사일 구성품을 만들고 미사일을 최종 조립하는 경험은 국내 업체에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알엔티엑스는 미사일 연구개발센터, MRO센터, 생산기지 조성을 위해 중부지역 지방자치단체 2곳과 논의를 하고 있다. 현재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단계로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런던에서 지난해 9월 열린 DESI 전시회에서 한 관계자가 250·500파운드 항공폭탄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영국 런던에서 지난해 9월 열린 DESI 전시회에서 한 관계자가 250·500파운드 항공폭탄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알엔티엑스의 연구개발 및 MRO 센터는 유럽 미사일 전문기업들의 아시아 허브가 될 전망이다.

 

신인호 신임 알엔티엑스 이사는 “알엔티엑스의 연구개발·MRO센터는 해외 대형 방산기업의 아시아 센터가 한국에 들어오는 중요한 첫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엔티엑스는 이를 통해 미사일의 전체 수명주기와 수출까지 아우르는 총괄 시스템을 구성할 방침이다. 한국에선 첫 도전이다.

 

신 이사는 “유럽 업체들의 의지와 의욕, 한국의 방산 인프라와 자본이 충분하므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유럽 MBDA가 만든 미사일들이 지난해 6월 열린 파리에어쇼의 MBDA 부스 앞에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럽 MBDA가 만든 미사일들이 지난해 6월 열린 파리에어쇼의 MBDA 부스 앞에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알엔티엑스의 이같은 행보는 신임 경영진의 역량이 뒷받침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황 CEO는 스웨덴의 대표적 방산기업인 사브의 한국 지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알엔티엑스의 신임 이사인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독일 육사 유학파로 독일 네트워크를 갖췄다. 한국 국방와 방위산업 분야에서 핵심적인 업무를 지속적으로 담당해왔다.

 

신 이사는 2차장 시절 방위산업 발전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첨단과학기술군 혁신을 위한 군사력 건설 방향을 만들었다.

 

문재인정부 당시 육군 교육사령부 전투발전부장으로서 인공지능(AI)·드론봇 연구 등에 관여했고, 2013∼2015년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장 시절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실무를 담당했다. 

 

유럽 MBDA가 만든 미사일들이 지난 9일 독일 쇠네펠트에서 열린 베를린 에어쇼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다. 로이터dusgkqsbtm
유럽 MBDA가 만든 미사일들이 지난 9일 독일 쇠네펠트에서 열린 베를린 에어쇼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다. 로이터dusgkqsbtm

◆개발 기간 단축·기술 축적 등 효과

 

현재 국내에선 KF-21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는 공대공·공대지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하고 업체들이 참여하는 형태다.

 

하지만 전체 가격의 60%를 차지하는 MRO는 확고하게 정립되지 않았고, 글로벌 미사일 시장 동향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반면 글로벌 미사일 업체인 MBDA와 레이시온 등은 미사일 수명주기를 모두 담당하면서 시장 트렌드에 맞는 기술과 장비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알엔티엑스는 미사일 전 수명주기 솔루션을 앞세우며 방위산업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투기에 탑재하는 정밀유도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투기에 탑재하는 정밀유도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럽과의 협력을 통한 파생·공동개발과 면허생산, MRO 추진은 국내 미사일 관련 기술 확보와 수출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파생·공동개발과 면허생산은 △기술흡수 △전략적 자율성 △산업기반 확보 △수출 확대 등을 추구할 기반이 된다.

 

면허생산을 하면 고체연료 엔진 제조 공정과 추진제 배합 기준, 탐색기 조립 및 통합, 탄체와 도장 공정 등의 기술을 얻을 수 있다.

 

파생·공동개발을 하면 램제트 추진체계나 능동전자주사(AESA) 탐색기,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등의 검증된 미사일 핵심 기술을 즉시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 부족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면서 기술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유사시 유럽과의 물류 차단에도 국내에서 소모품·부품 교체가 가능하다. 기술자료를 갖고 있으므로 자체 수리도 가능하다.

 

독일 공군 지상요원들이 타이푼 전투기에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독일 공군 지상요원들이 타이푼 전투기에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밀 제조·품질관리·시험 엔지니어와 더불어 연구개발 인력 및 체계통합 인력을 양성할 수 있고, 구성품 제작을 통해 유럽 업체들의 글로벌 공급망 진입도 노릴 수 있다.

 

유럽 업체가 제3국에 미사일을 수출할 때, 생산 물량을 할당받거나 구성품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생산 능력을 확보하면 MRO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MRO를 통해 유럽 방위산업계의 품질기준을 경험하면, 글로벌 미사일 시장 진입에 필요한 경험을 얻게 된다.

 

미사일 관련 시험장비와 치공구 등을 구비함으로써 관련 노하우를 쌓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한국 공군도 MRO 기간이 대폭 단축된다. 원제작사까지 미사일을 보내 수리하거나 유럽에서 전문기술자가 온다면, 최대 수개월이 걸린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격납고에서 정비사들이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KF-21 전투기에 장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격납고에서 정비사들이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KF-21 전투기에 장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내에서 MRO를 하면, 한국 공군 요구를 빠르게 반영하면서도 수리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 상주 인력이 즉시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공군 작전태세 향상으로 이어진다.

 

동일 기종 미사일을 운용하는 역내 국가에 MRO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방산 수출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유럽 미사일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기술자료에 접근하면서, 역내 방산시장에서 장기적인 매출 및 영향력 확보를 노릴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인도 공군은 최근 MBDA와 미카 공대공미사일 MRO 시설을 인도에 세우는 계약을 맺었다. 

 

MBDA는 기계, 공구, 기술 데이터 패키지, 교육 모듈 및 지속적인 엔지니어링 지원을 제공한다. 인도는 미카 미사일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행사한다. 

 

과거에는 미사일 부품 정비를 위해 프랑스 등 해외로 장비를 보내야 했으나, MRO 시설이 가동되면 인도 국내에서 직접 해결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에서 핵심 기술과 장비 노하우를 전수받아 인도의 방산 능력을 키우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국도 파생·공동개발과 MRO를 적극 추진하면, 우수한 성능의 미사일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역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길이 열린다.

 

스톰 섀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지난해 6월 열린 파리에어쇼의 MBDA 부스 앞에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스톰 섀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지난해 6월 열린 파리에어쇼의 MBDA 부스 앞에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방산의 발전과정이 이를 입증한다. 한국은 1970년대 미국산 M-16 소총을 시작으로 각종 무기를 면허생산해 점진적으로 기술을 확보했다.

 

그 결과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지역에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 등을 판매하는 방산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도 유럽과의 협력을 통해 유도무기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하고 수출을 한다면, K방산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알엔티엑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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