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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 카드·날계란에서 환호까지…축구팬 민심 거울 ‘귀국장’, 이번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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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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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성적표…선수단 향해 던진 날계란
‘원정 16강’ 달성 때는 축구팬 몰려 환호도
북중미 대회는 아직…28일에나 결정 전망

세계인의 축구 축제 월드컵이 끝난 후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귀국 풍경은 한국 축구를 향한 민심을 고스란히 투영했다. 험난한 일정을 헤치고 감동적인 성적을 거뒀을 때는 국민들의 환호와 응원이 쏟아졌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냈을 때는 차가운 시선과 때로는 다소 굴욕적일 수도 있는 일들이 벌어졌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2패 성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축구국가대표팀이 6월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가운데 축구 팬이 던진 엿사탕이 바닥에 널려 있다. 뉴시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2패 성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축구국가대표팀이 6월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가운데 축구 팬이 던진 엿사탕이 바닥에 널려 있다. 뉴시스

 

2014년 6월,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돌아온 ‘홍명보호’의 귀국길은 잔인했다. 사상 첫 원정 8강이라는 호기로운 목표가 무색하게 대표팀을 맞이한 건 싸늘한 침묵과 일부 팬들이 던진 호박엿 사탕이었다. 인맥 축구 논란과 무기력한 경기력에 분노한 팬들은 ‘한국 축구는 죽었다’는 근조 플래카드를 치켜들며 준엄한 책임을 물었다.

 

당시 ‘1승 제물’로 자신했던 알제리전에서 2대4로 완패하고, 벨기에전에서는 상대 선수의 퇴장으로 얻은 수적 우위조차 살리지 못한 졸전이 축구팬들의 거센 불만을 자아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공항을 찾아 격려의 악수를 건넸으나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우연히 현장에서 대표팀의 귀국을 마주한 시민들은 기자들이 몰려든 상황 자체에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2018년 6월29일 ‘러시아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온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단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축구팬이 던진 날계란이 터져 있다. 뉴시스
2018년 6월29일 ‘러시아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온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단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축구팬이 던진 날계란이 터져 있다. 뉴시스

 

4년 뒤인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마친 신태용호 귀국장에는 복합적인 감정이 격렬하게 소용돌이쳤다.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2대0으로 꺾는 ‘카잔의 기적’을 연출한 덕분인지 500여명의 인파가 몰려 선수들을 반갑게 맞이하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은 국민의 응원이 없었다면 기적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고 정몽규 회장도 선수단을 격려했다. 하지만 이때도 조별리그 탈락의 아쉬움과 축구협회 행정에 항의하듯 일부 팬이 단상을 향해 날계란과 베개를 던지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독일전 승리의 환희 속에서도 한국 축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2022년 12월의 인천공항은 12년 만의 원정 16강 신화를 쓴 파울루 벤투 감독과 선수단을 위한 거대한 축제 광장이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매 경기 투혼을 발휘한 태극전사들을 보기 위해 축구팬 1000여명이 입국장을 가득 채웠다. 현지에서 곧장 소속팀으로 복귀한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고 우리나라로 돌아온 선수단은 엄청난 환호와 관심을 받았다.

 

손흥민과 이강인을 비롯해 월드컵에서 깜짝 활약을 펼친 조규성 등을 보기 위해 팬들은 일찍부터 대기하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터뷰를 마친 선수들이 이동할 때마다 통제 라인이 밀릴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고, 손흥민도 미소와 손 인사로 화답했다.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벤투 감독을 향한 팬들의 ‘벤버지(벤투+아버지)’ 외침은 대표팀 성적이 가져다준 최고의 선물이자 완벽한 해피엔딩이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다. 몬테레이=연합뉴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다. 몬테레이=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나선 대한민국 대표팀의 귀국길 풍경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0대1로 패하며 1승2패, 승점 3점으로 조 3위에 머물러 있다. 8년 전 한국이 독일을 꺾은 덕에 극적으로 16강에 올랐던 멕시코가 이번 대회에서 우리에게 보은한다는 말까지 나왔고 남아공과 비기기만 해도 32강행을 확정 지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대표팀을 향한 축구팬들의 아쉬움은 더 컸다. 대표팀은 다른 조의 경기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 체제에 따라 각 조 3위 중 상위 8개 팀에게 주어지는 32강행 막차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지는 다른 조들의 경기 결과가 모두 나올 28일에나 알 수 있다. 조 3위 팀 중 승점이 같을 때는 골득실차-다득점-페어플레이 점수-FIFA 랭킹 순으로 우열을 가린다. 다만, 한국은 32강에 오르더라도 조 3위라 가시밭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오는 30일 미국 보스턴에서 E조 1위가 확정된 독일, 또는 다음 달 2일 미국 시애틀에서 G조(벨기에, 이집트, 이란, 뉴질랜드) 1위와 맞붙어야 한다.

 

현지 중계를 맡은 JTBC 배성재 캐스터는 남아공전이 끝난 직후 이처럼 씁쓸한 상황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32강 진출 가능성은 아직 남았다면서도 타 팀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자체가 굴욕적이라는 취지로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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