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도 교부금 늘어 비효율
칸막이 예산으로 고등교육은 투자 위축
경상성장률에 연동하되 하한선 둘 듯
기획처 “총액, 1인당 교부금 매년 늘릴 것”
지난 55년간 유지돼 온 우리나라 재정의 해묵은 과제인 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개편 방향이 구체화하고 있다. 그간 교부금은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내국세에 20.79%로 기계적으로 연동돼 정해진 탓에 우리 정부 재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지방 교육청이 남아도는 교부금을 쓰기 위해 불필요한 리모델링이 진행하는 등 각종 ‘방만 운영’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기획예산처는 교부금을 개편하더라도 전체 총액과 학생 1인당 교부금을 줄이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교육계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면서도 시대 변화에 따른 교부금 산정 기준은 반드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에 올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다섯가지 약속’에는 재정당국의 교부금 개편 방향이 담겨 있다. 박 장관은 일단 “이번 개편은 초중등 교육의 재정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못 박았다. 최근 한국초등교장협의회 등 4개 교장협의회가 “일방적인 예산 축소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교육계의 반발 여론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도 “국가경제력이 올라갔는데 왜 예산을 줄이냐 논란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줄이지 않겠다는 거다. 설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X를 통해 구체적으로 교부금 총액과 학생 1인당 교부금이 예년보다 줄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총액은 과거의 장기적인 증가 추세를 충분히 고려하여, 전체 초중등 예산 규모가 축소되거나 위축되는 일 없이 매년 증액해 나갈 것”이라면서 “모든 학생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꿈과 끼를 키울 수 있고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 혜택의 크기는 매년 확실히 키워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도 “1972년 내국세 연동 구조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지금은 인구 환경이 너무나 다르다. 아이들이 줄어드는 시대 변화를 교부금 산정 기준에도 자연스럽게 담아내겠다”면서 교부금 개편 의지를 확고히 했다.
재정당국이 교부금 개편에 나서고 있는 건 현재의 경직적인 교부금 산정 체계가 재정의 효율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교부금은 중앙정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지원하는 금액인데,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재원으로 한다. 내국세에 기계적으로 연동되는 현재 구조는 1972년 도입됐는데, 이는 학교와 교사가 부족했던 경제개발 초기라는 특수성이 반영됐다.
문제는 도입 반세기 동안 초중등 교육 환경이 급격히 변했다는 점이다. 우선 학령인구는 1972년 1073만명에서 올해 492만2000명(국가데이터처 중위 인구추계 기준)으로 ‘반토막’ 났다. 반면 교부금은 2016년 43조1615억원에서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76조4381억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학생 1명당 교부금은 올해 28.4%(올해 명목성장률 10% 예측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2%를 크게 웃돈다.
내국세 연동 방식에 따른 교부금의 비효율성은 수차례 확인된 바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노후 학교 건물을 개축 또는 리모델링하는 ‘그린스마트학교’ 예산을 모두 쓰기 위해 2990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교부금이 초중등 교육에만 사용되고, 대학 등 고등교육과 유보통합을 위한 영유아 예산에는 쓰지 못하는 칸막이 예산이란 점도 문제다. 초중고교생 1인당 공교육비의 경우 OECD의 1.7배에 달하지만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연구개발비 포함)는 6617달러로 OECD 평균(1만5102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교부금 증가에 맞춰 학업 성취도가 뚜렷하게 향상되지도 않았다. OECD 주관으로 중학교 2학년 또는 3학년의 만 15세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보면 수학의 경우, 한국 학생들의 평균 점수 상향 추이가 2015년에 하락한 이후 중국과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3년 발표한 ‘인구축소사회에 적합한 초중고 교육 행정 및 재정 개편방안’ 보고서는 “(수학의 경우) 학급당 학생수나 교원 1명당 학생수와 같은 교육여건의 지속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높은 학급당 학생수와 1명당 학생수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보다도 소폭 낮은 점수를 2015년과 2018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세수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교부금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한 배경이다. 올해 교부금은 늘어난 초과세수를 활용해 편성된 추경에서 76조4381억원으로 늘었는데, 올해 전체적으로 추경 당시 예측한 수준보다 세수가 더 늘 것으로 예상돼 80조여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내달 중순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 재정전략회의에서 대략적인 교부금 개편 방안이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다. 내국세 연동에서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 연동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률과 물가 상승을 반영하는 경상성장률에 맞춰 교부금을 자연스럽게 늘리되 교부금 총액은 전년도보다 많도록 ‘하한선’을 두는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박 장관도 이날 X에 올린 글에서 “내국세 상황에 따라 교부금이 변동성이 커서 각 교육청과 일선 학교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예산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내국세 연동 방식 개편 방침을 시사했다.
반면 교육부는 내국세 연동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되 초·중·고교에만 쓸 수 있도록 한 칸막이를 걷어 교부금을 영유아나 대학 교육에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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