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사망자 중 온전한 유해 3구…공장 붕괴 위험에 재수습은 지연
1심서 징역 15년 박순관 대표, 2심서 4년으로 감형돼 대법원 상고심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 “노동감독관 도입 등 위험의 외주화 막을 것”
이윤을 위해 위험을 외주화했던 잔인한 불길이 23명의 노동자를 집어삼킨 지 꼭 2년이 흘렀다. 그러나 유가족의 시계는 여전히 2024년 6월24일에 멈춰 서 있다. 책임자에 대한 사법부의 처벌은 항소심을 거치며 무력해졌고, 공정안전관리(PSM) 제도 도입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 대책은 제자리걸음을 치고 있다. 훼손된 가족의 유해조차 온전히 수습할 수 없는 유족들은 무너져가는 공장 앞에서 또다시 피눈물을 쏟았다.
‘아리셀 화재 참사’는 2024년 6월24일 아리셀 공장 가동 중에 발생한 화재로 23명의 근로자가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다.
◆씨랜드 유족도 연대 뜻 밝혀…훼손된 유해 안고 눈물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참사대책위원회는 참사 2주기인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전곡산업단지의 아리셀 공장 앞에서 ‘아리셀 참사 2주기 현장 추모제’를 열었다. 유족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추모제에선 가톨릭·개신교·불교 등 종교계의 기도회를 시작으로 유족들의 발언과 헌화가 이어졌다.
참사 현장 폐건물 제단에 희생자들이 생전 좋아하던 음식을 올리며 유족들은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았다. 아침에 출근한 가족이 저녁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당연한 세상은, 2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아리셀 공장의 무너진 잔해 속에 갇혀 있는 모습이었다.
송성영 아리셀참사대책위 공동대표는 “노동자의 생명과 존엄이 존중받는 사회, 국적과 고용 형태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 누구나 안전하게 일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현장에는 1999년 23명의 어린 생명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의 유가족도 참석해 연대의 뜻을 표했다. ‘씨랜드 참사’로 일곱살 딸을 잃었다는 한 유족은 “화성에서 이런 비극이 또다시 일어나 통탄스럽다”며 “진실을 규명하고 유해를 찾을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씨랜드 참사는 1999년 6월30일 화성 한 청소년 수련원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불이 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4명 등 23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아리셀 참사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유족들의 가장 큰 고통은 여전히 가족을 온전히 보내주지 못했다는 부채감이다. 당시 불량 이차전지의 연쇄 폭발로 시신 대부분이 심각하게 훼손돼, 온전한 상태로 장례를 치른 희생자는 23명 중 단 3구에 불과했다.
유족들은 남겨진 신체 일부라도 찾기 위해 유해 재수습을 요구하고 있으나, 참사 현장인 콘크리트 건물이 점차 내려앉으며 붕괴 위험이 커져 진입조차 어려운 상태다. 최근 경기도 주재로 관계기관들이 대책 협의에 나섰으나, 상부 콘크리트를 밀어내 철거해야 실질적 수습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이는 에스코넥 대표를 겸했던 박순관 대표 등 경영진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예고된 참사’…추미애 “아리셀 참사 잊지 않겠다”
사법 정의를 향한 유족들의 기대도 무참히 꺾였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1심에서 법정 최고형에 가까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나, 최근 2심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 혐의에 무죄를 내리며 징역 4년으로 형량을 감형했다.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 역시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검찰은 법리 오해를 이유로 상고했고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지만, 박 대표 측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까지 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재발 방지 대책 역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참사 직후 이주노동자 안전과 전지사업장 근로감독을 공언했던 정부는 기존 대책을 답습하는 데 그쳤고, 노동계가 요구한 공정안전관리(PSM) 제도 확대를 위한 시행령 개정은 상반기를 넘기도록 입법예고조차 못 했다.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 투입됐던 이주노동자였음에도 제도적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는 가운데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애도를 표하며 강도 높은 현장 개혁을 약속했다.
추 당선인은 “위험은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로 흘러간다”며 “경기도 지방 노동감독관 제도를 도입해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안전을 직접 챙기고, 원·하청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해 위험의 외주화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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