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시 한 번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로 하며 대남 강경 노선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세계를 압도하는 핵 무력을 끊임없이 확대 강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겠다”며 “(핵기술과 관련해) 보다 방대하고 혁신적이며 고무적인 계획들이 가속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수사적 위협을 넘어 핵물질 생산시설 확충과 전략무기 개발이 병행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사실상 제한 없는 핵 능력 증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대남 인식 변화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하며 이른바 ‘적대적 두 국가론’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재정립했고, 최근에는 남북의 역사를 각각 독립된 국가의 역사로까지 규정했다. 나아가 군사분계선(MDL)을 사실상의 국경선으로 고착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남북 간 단절을 일시적 긴장이 아닌 구조적 현실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 공조와 전략적 일관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군 당국과 유엔군사령부는 또다시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북한군의 MDL 일대 철책 설치 공사와 관련해 국방부는 이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지만, 유엔사는 방어 목적의 시설 구축 자체를 곧바로 협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상반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법적 해석의 차이일 수 있으나,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높이며 MDL을 사실상의 국경선으로 만들려는 상황에서 동맹과 연합방위 체계 내부에서 이견이 노출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안보의 핵심은 군사력뿐 아니라 억제력에 대한 신뢰다. 더구나 이런 상반된 메시지는 국민 불안을 키우고 북한에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남북은 민족관계와 국가관계가 중첩되는 특수한 상황이다.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역대 정부는 민족통일은 지향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하는 현실은 인정해 왔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 북한의 MDL 철책 남하를 묵인하거나 방조해서도 안 되는 이유다. 중국·러시아를 뒷배 삼아 한반도 안보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경하려는 북한의 시도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기본 뼈대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정전 체제를 관리하는 유엔사와의 불필요한 갈등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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