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그제 국내 증시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드러누워서라도 (도입을) 막았어야 했나 후회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외국인 투자 등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었는데 환율 (안정) 효과는 많지 않고 부작용은 너무 커져 고민이 많다”고도 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뒤늦게 정책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 고위험상품을 덜컥 허용한 당국에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이 상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것으로 ‘서학 개미’ 복귀와 외국인 투자로 환율안정을 기하자는 취지로 지난달 말 도입됐다. 하지만 출시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주식시장이 순식간에 투기판 양상으로 변화했다. 거래대금이 지난 19일 기준 130조원으로 전체 ETF 시장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92%가 개인투자자들의 돈이다. 정부가 단기 고수익을 노린 개미들의 묻지마 투자에 불을 지른 격이다. 주가 횡보 국면에서 원금이 까이는 ‘음의 복리 효과’ 탓에 개미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품이 주가변동성과 시장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매매회전율(손바뀜)이 하루 평균 122.5%로 현물주식(평균 1% 안팎)의 120배를 웃돈다. 꼬리(ETF)가 몸통(현물주식)을 흔들면서 아찔한 현기증 장세가 시도 때도 없이 연출되기 일쑤다. 이러니 환율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고 증권사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 추세라면 증권사는 매매수수료로 연간 5조∼10조원을 챙길 것으로 추정된다. 오죽하면 이 원장이 “도박판 하우스만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모양새”라고 했을까.
이제라도 레버리지 상품의 과열을 식힐 수 있는 단호하고 과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은 신용·미수 등 차입을 활용한 레버리지 상품투자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기 위한 예탁금과 사전 의무교육 기준을 강화해 초보투자자의 무분별한 진입을 막아야 한다. 개인별 자산규모 등을 따져 투자 한도를 설정하고 이상 과열 때 ETF 매매 일시 정지 등과 같은 위험관리대책도 검토해야 한다. 증권사들 역시 경품이나 수수료 인하 등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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