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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미래] 기후적응 정책의 이상한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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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 종합 대책 수립 후
자체 이행점검 평가 ‘80점 이상’
英은 별도기구 있어 엄격·깐깐
효과 독립적 검증 시스템 필요

최근 기자 10명 중 7명이 내게 똑같은 질문을 하였다.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기후재난 예방을 잘하는 지역이 있는지, 관련한 최신 기후적응 연구 여부가 주된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질문들은 작년에도 다른 기자들에게서 똑같이 받은 적이 있다. 매년 여름이 오면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매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 모두가 기후재난 위협을 경고한다. 이어 기후적응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리고 거기서 끝난다. 제도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각 기관의 정책에 적응 관점이 어떻게 반영돼 영향을 주고 있는지 보는 경우는 드물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에 관련 제도나 정책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국가 기후변화 적응 종합계획 이후 지난해 제4차 적응대책까지 잘 만들어 왔다. 기초지자체들도 각기 적응대책을 수립한 상황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지침에 따라, 이행점검 역시 관리되고 있다. 거의 모든 점검에서 항상 우수한 성적을 받는 게 이상할 뿐이다. 실제로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과 관련해 2024년 점검에서는 291개 사업 중 90점 이상이 215개(73.9%), 80점 이상이 76개(26.1%)로 사실상 모든 사업이 80점을 넘었다. 이런 고득점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는 각 부처가 먼저 자체 점검을 하기 때문이다. 평가 역시 계획 수립 충실성이나 추진 상황 모니터링 같은 산출물 위주다. 이 때문에 외부 이행점검 평가에서는 매번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입법조사처는 제3차 적응대책을 분석한 결과, 종합적인 성과 지표가 세부 과제 지표와 동일한 탓에 해당 사업들이 실제로 위험을 줄였는지는 따로 평가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영국을 살펴보자. 영국은 자국의 기후변화법에 따라 5년마다 국가 적응계획을 만든다. 독립 기구인 기후변화위원회가 이행 평가를 진행한 뒤 의회에 보고한다. 정부는 해당 평가를 토대로 다시 계획을 고친다. 그만큼 평가가 깐깐하고 엄격하다. 당장 지난 4월 위원회가 제3차 영국 국가 적응계획을 평가한 결과, 이행 영역 46개 항목 중 단 한 건도 ‘양호’로 평가받지 못했다. 위원회는 영국 정부에 데이터에 기반한 평가 체계 공백을 더는 미루지 말라고 권고했다.

한국과 영국이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한국이 쌓은 게 제도라면, 영국은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별도의 시스템을 만든 셈이다. 이미 있는 제도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는지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데이터가 없으면 없다고 말하고, 약속이 안 지켜졌으면 그 사실을 대중에게 낱낱이 공개하는 구조다.

스웨덴 스톡홀름환경연구소(SEI)가 지난 5월 내놓은 ‘체계적 기후적응 프레임워크’ 브리프 역시 이 지점을 정확히 짚는다. 브리프는 제아무리 정교한 원칙도 이를 실행할 역량과 인센티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희망 사항에 그친다고 지적한다. 또 단기 성과 등을 우대한 평가 기준과 예산 분배 방식이 실제로는 기후리스크를 줄이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 이 방식은 서류상으로는 효율적으로 보여도 오히려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대규모 해안방벽 건설 프로젝트는 도심 보호와 부유층 주거지 조성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그 비용을 인근 어민들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는다. 기후리스크를 줄인 것이 아니라, 그 리스크를 누구에게 전가하느냐로 바꾼 것이다.

물론 변화의 신호도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최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후정책의 무게 중심을 ‘그 목표를 실제로 달성하는 일’로 옮겨 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점검 결과와 관련해 부처들의 답변이 충분하지 않을 시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점 역시 주목할 지점이다.

이런 신호가 한 번의 발언이나 시도로 끝나지 않으려면, 결국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시스템이 있어야 적응계획을 비롯한 제도와 정책이 매년 작동하고 검증되고 유지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평가하고, 박수 치고 끝나는 전시행정 사례로 기록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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