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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곧 날아들 호르무즈 청구서… 국익 부합한 공조 원칙 세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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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안에 3000억 달러(약 453조원) 규모로 이란 재건용 민간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포함됐고, 한국을 포함해 여러 국가 기업들이 절반 이상의 자금을 출자 약정한 상태라고 로이터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뒤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들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리 정부와 기업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이러한 요구는 여러모로 부당하다. 무엇보다 절차적 정당성에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이 동맹국과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 군사 행동을 벌인 뒤, 전후 재건을 위한 거액의 기금을 동맹에다 떠넘기려는 것은 국제사회에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게다가 이 기금이 이란이 요구하는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금 성격이라면, 한국과 같은 제3국이 부담을 떠안아야 할 근거는 더욱 찾기 어렵다. 정부가 “구체적인 요청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원칙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동맹국들의 안보·경제적 기여 확대를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 이란 재건기금 역시 단순한 인도적 지원 차원을 넘어 동맹국의 역할 분담을 요구하는 연장선이나 다름없다. 이미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이 의무를 이행하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건기금 논의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나. 만약 한국이 재건 사업 참여나 자금 출자 요구를 거부할 경우, 동맹 현대화나 관세·통상 협상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단순히 재건 참여냐, 거부냐의 이분법으로 접근해선 안 될 문제다.

이란 재건은 부담만 있는 사안도 아니다. 전후 인프라 복구와 에너지, 건설, 플랜트, 통신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과 사업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물론 호르무즈해협의 안보 불안과 에너지 공급망 위험은 여전하다.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 사안인 셈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동맹 차원의 공조가 필요한 영역과 국익을 우선해야 할 영역을 나누고, 재정 부담과 경제적 실익, 외교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따져 대응해야 한다. 준비 없이 청구서를 받아들게 되면 정부와 기업 모두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부담 사이에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본 등 유관국과 협력하며 보조를 맞출 필요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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