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이유로 요양급여 불승인한 공단
원고 “입법 취지 고려하면 인정해야”
관련 개정안은 2년 가까이 국회 계류
업무 중 유해환경에 노출돼 자녀가 질환을 안고 태어났을 때 태아의 산재를 인정해 보상하는 ‘태아산재법’을 남성 노동자의 자녀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행정소송이 시작된다. 현행법은 적용 대상을 ‘임신 중인 근로자가 출산한 자녀’로 규정하고 있어 남성이 본인 자녀에 대해 산재를 인정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재판장 정은영)는 정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 첫 변론을 17일 진행한다. 정씨는 공단이 업무상 연관성을 인정하고도 자신의 태아 산재를 승인하지 않았다며 처분에 불복했다.
정씨는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신인 삼성전자 LCD 사업부에서 2004년 1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약 7년간 설비 유지와 보수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정씨는 재직 중 아산화질소와 암모니아, 산화아연 등 생식독성 물질에 노출됐다. 2008년 태어난 정씨 자녀는 눈과 귀, 심장 등에 유전성 기형이 나타나는 차지증후군을 2011년 진단받았다.
정씨는 2021년 근로복지공단에 태아 산재를 인정해 달라며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자녀의 차지증후군은 정씨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업무상 질병을 인정했다. 그러나 공단은 “태아산재법상 ‘임신 중 근로자’에 정씨가 해당하지 않는다”며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결국 정씨는 올 3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불복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번 사건을 통해 아버지의 태아 산재 적용에 대한 첫 해석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공단 측은 “아버지는 태아 산재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정씨 측은 “태아산재법 규정은 남성 노동자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태아산재법의 입법 취지는 산업 위험으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을 사회보험 체계 안에서 보호하려는 데 있는 만큼 그 위험이 어머니의 신체를 경유했는지, 아버지의 생식세포를 경유했는지는 결과의 보호 필요성에 본질적인 차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업무가 자녀의 선천적 질병에 영향을 미쳤다면 노동자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산재를 인정하는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2024년 10월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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