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내식당 등 제외’ 지침에도
노동위, 급식·청소 등 비핵심업무
원청 ‘진짜 사장’ 인정 잇따라 당혹
재계 “노사갈등 증폭 우려 현실화”
노동조합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17일)을 앞두고 중앙노동위원회가 한화오션의 급식·세탁 업무를 맡고 있는 협력업체 노조(웰리브)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산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노란봉투법 해석지침에서 구내식당·경비 등은 원청의 일반적 지시가 인정되는 영역으로 사용자성 인정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노동위원회가 이를 뒤집는 판단을 내리면서 결국 사안마다 법정으로 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 판례가 쌓일 때까지 산업 현장 혼란과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될 전망이다.
중노위는 지난 15일 한화오션이 급식업체 하청 노조인 웰리브지회와 교섭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도 같은 날 현대차 하청 노조 10곳이 공동 제기한 교섭 요구 건에 대해 노조 의견을 받아들여 현대차를 ‘진짜 사장’으로 인정했다.
이와 관련, 한 재계 인사는 16일 “노란봉투법 도입 당시부터 우려했던 원·하청 교섭 확산과 노사 갈등 증폭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우선은 성과급이나 임금 등 나눌 과실이 많은 대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교섭 요구가 늘어나겠지만, 선례가 쌓일수록 중견·중소기업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과 현대차처럼 대부분 기업이 외주화해 온 급식, 청소 등 비핵심 업무에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점에서 산업계의 충격이 크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구내식당을 둔 모든 기업이 이번 판단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노동위 판단대로라면) 외주화 대신 모든 업무를 직고용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직 노동위가 노사 양측에 결과만 통지한 상태로, 구체적인 판정 사유를 담은 결정문이 도착하는 데는 통상 한 달 정도 소요된다. 현대차의 경우 이번에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하청이 연구·생산, 보안, 판매, 구내식당 업무 등 직군이 다양해 노동위가 어떤 근거와 범위로 사용자성을 인정했는지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한화오션 건은 재계가 노란봉투법 논의 과정에서 제기했던 우려가 현실화한 사례로 꼽힌다. 재계는 고용노동부 지침이 강제성이 없는 만큼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과 함께, 원·하청 교섭 요구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각 사업장의 분규가 폭증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하청서 성과급 요구까지 할 가능성”
당초 재계는 노동부 지침상 임금은 하청 노조의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하청노조가 일단 안전 문제를 고리로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뒤 실제 교섭 시 임금·성과급 등 처우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지침상 ‘안 된다’고 해도 실제 교섭 과정에선 의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노동위 단계에서부터 노동부 지침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판단이 나오면서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노동위 판단 직후 입장문을 내고 “중노위 결정은 구내식당 등을 원청 사용자성 인정 대상이 아니라고 예시한 고용노동부의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과 부합되지 않는다”며 “직접적인 생산 원하청 관계가 아닌 간접적인 지원 협력관계까지 단체교섭의 상대방을 확장할 경우 단체교섭을 둘러싼 산업 전반의 혼란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노위는 웰리브지회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근거로 산업안전과 작업환경에 대한 한화오션의 실질적 지배력을 들었다. 이 점에 대해서도 재계는 곤혹스러움을 호소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엮이지 않도록 수많은 하청을 챙기며 안전 기준과 관리를 강화할수록 사용자성이 인정돼 교섭 요구에 직면하는 ‘규제의 역설’에 놓였다는 것이다. 안전 문제를 이유로 시작된 교섭에서 하청 노조의 임금·성과급 요구가 빗발치면 교섭이 결렬될 수밖에 없고, 결렬 반복 시 하청 노조는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법적 권한도 얻게 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안전·작업환경 문제를 이유로 사용자성이 인정됐지만 실제 교섭에서는 임금·성과급 문제가 함께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노란봉투법이 하청 노조의 원청 상대 교섭권뿐 아니라 사실상 파업권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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