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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금리 인상 러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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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아 기자, 도쿄=유태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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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日 이어 韓도 초읽기
중동사태 마무리에도 유가 높아
유럽 2년9개월 만에 긴축 선회
日은 0.25%P 올려 31년來 최고

韓 7월 인상 예고… 빅스텝 거론도
美도 연내 인상 기대 갈수록 커져
유가 안정 안 되면 경기둔화 우려

미국·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으로 중동 사태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한국 경제는 당분간 ‘전쟁 청구서’를 받아들 전망이다. 고유가발 물가 불안에 대응해 유럽·일본 등 각국은 이미 금리 인상에 돌입했고, 한국은행도 내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종전 국면임에도 환율은 여전히 1500원대에 머물러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중동 지역의 포성은 잦아들었지만 고유가·고물가·고금리의 ‘3고(高) 한파’가 이어지면서 내수 경기와 취약계층의 타격이 커질 전망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0.75% 정도’에서 ‘1% 정도’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중동발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한 결정이다. 2024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이후 세 번째 인상으로, 일본 기준금리는 1995년 9월 이후 31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간 질환 치료 차 입원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빠진 가운데 회의에 참석한 정책위원 8명 중 7명이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결정문에서 “원유 가격 상승으로 기업 간 거래에서 가격 전가가 다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소비자 단계에서 광범위한 품목의 가격 상승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11일 3대 정책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며 2년9개월 만에 긴축 기조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2월 미국·이란전쟁 발발 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가운데 첫 금리 인상 사례였다. 원유·천연가스 가격이 올라 유로존 물가를 자극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은도 내달 금리 인상을 못 박았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제76주년 기념사에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이날을 포함해 최근 세 번에 걸쳐 금리 인상을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7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연내 두 차례 이상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6∼1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전망이지만 연내 인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첫 등판하는 케빈 워시 의장이 시장에 낼 메시지도 관심사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예고된 수순이지만 문제는 인상 속도다. 향후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빠를 경우 충격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가 향방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며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인 60달러대까지 안정돼야 하는데, 두달 이내 80달러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다면 이미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해협이 열려도 석유·가스 공급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독일중앙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후 “중동 지역 원유 생산시설이 일부 손상됐거나 가동이 중단됐고 비축량도 줄었다”며 “해협 통항이 곧 가능해지더라도 석유 공급이 다시 정상화하려면 몇 달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원·달러환율 부담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5원 오른 1511.6원(오후 3시30분 기준)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주식매도로 환율은 지난달 15일 이후 1500원선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이틀 연속 외국인이 주식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환율은 1510원대에 머물고 있다.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에 빌린 엔화로 투자) 청산이 일부 발생할 경우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어 환율에는 또다른 악재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이 금리를 올린 데 이어 미국 FOMC에서 매파적 발언이 나온다면 원·달러환율이 1500원 밑으로 떨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시중금리는 금리 인상 사이클 진입을 선반영해 치솟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날 기준 연 4.37~7.42%로 지난해 말 연 3.93∼6.23%보다 상단이 1.19%포인트나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6개월 주기)도 연 4.15~5.72%로 상승 추세다.

경제 부문별 온도차가 큰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물가·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의 고통은 가중된다. 신 총재는 12일 “물가상승의 부담은 저소득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선제적인 물가안정 노력은 이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막는 길”이라면서도 “물론 금리인상은 기업과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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