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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희 작가 산문집 ‘아버지는 위대한 문장이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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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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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희 작가가 최근 펴낸 이 책은 한 사람의 아버지를 기억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산업화와 가난, 가족 부양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뎌야 했던 한국 현대사의 아버지들을 위한 헌사라 할 수 있는 산문집이다. 

 

김종희는 1999년 농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후 그간 ‘나는 날마다 신화를 꿈꾼다, ‘돌탑에 이끼가 살아있다’,  ‘사랑도 기적처럼 올까’ 등을 통해  인간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왔다. 인문학 강사로도 활동 중인 그는 이 책에서 알츠하이머를 앓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 가족의 소중한 의미, 그리고 삶의 깊은 흔적을 따뜻하고 진솔하게 보여준다. 

 

아버지는 위대한 문장이다
김종희/사이펀/1만7000원
아버지는 위대한 문장이다
김종희/사이펀/1만7000원

책의 중심에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가 있다. 작가는 알츠하이머로 모든 기억이 사라진 아버지를 바라보며 삶의 본질을 되묻는다. 특히 결혼식장에서 자신의 딸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한때는 꽃을 따 말려 겨울 목욕물에 띄워주던 다정한 아버지였기에 기억을 잃은 노년의 모습은 더욱 안타깝다.

 

그러나 작가는 단순히 슬픔에 머물지 않는다.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통해 인간 존재의 존엄과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오직 나의 육신과 나의 정신으로 살아낸다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라는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누구나 늙고 쇠약해지지만, 그 과정에서도 인간의 삶은 존엄하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증언한다.

 

 책의 특징은 해남 땅끝마을의 창작공간 ‘토문재’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2025년 가을 한 달 동안 토문재에 머물며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책 제목 아래에는 ‘토문재 편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실제로 책 속 글들은 편지처럼 다정하고 사적인 목소리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토문재 편지’ 연작에서는 자연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의 섬세한 감각이 빛난다. 새벽 풀벌레 소리, 안개 낀 바다, 참깨꽃과 녹두밭, 밭을 일구는 노동의 손길까지 모든 풍경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특히 녹두를 따며 건네는 할머니의 말 속에서 공동체와 연대의 의미를 발견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아버지’라는 존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한국 사회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권위와 침묵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했던 고독과 책임이 있었다. 작가는 아버지의 상처를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존중하며, 뒤늦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책은 결국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부모를 떠나보낸 사람에게는 그리움의 책이고, 부모를 모시고 있는 사람에게는 사랑의 책이며, 중년의 독자들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위로의 책이다. 책 표지는 부산국제영화제 미술감독 최순문 선생이 했으며 보라색 모자 속에 작가의 내면과 우리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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