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 어떤 걸 원할지 고민
나의 작품은 모두 삶에 관한 것”
파격적인 방식으로 죽음과 삶을 직시해온 작품 활동으로 다양한 화제와 논란을 일으켜온 영국 현대미술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는 10일 자신들의 작품들이 시간을 이겨내길 희망했다.
허스트는 자신의 대규모 개인전 전시 종료 2주일여를 앞둔 이날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 작품이 얼마나 유의미한지, 얼마나 오래갈 작품인지를 결정하고 정의를 내릴 사람들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우리 미래 세대”라며 이 같이 말했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그의 대규모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는 지난 3월2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이번 전시는 10대 시절 완성한 작품부터 이른바 ‘상어’ 등 현대 미술 시장에 이름을 아로새긴 논란의 작품, 최근에 발표한 ‘벚꽃’ 연작까지 40여 년에 걸친 그의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 5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허스트는 우선 많은 화제와 논란을 낳았던 작품 ‘상어’에 대해 명감독 스필버그의 영화 ‘조스’와 젊은 시절 박물관에서 오래 보존된 포르말린 용기 속 작품들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며 “누군가 제 작품을 보았을 때 무섭지만, 피해 갈 수 없으면서도, 기억에서 지울 수도 없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창작 당시를 회고했다.
“회화도 아닌 사진도 아닌. 그냥 현실 그 자체를 100년, 200년 보존되는 작품으로 만들어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수조 안에 거대한 상어를 넣어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웅장함을 보여주면 관객들은 위험천만함도 느끼고 동시에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지요. 조금은 불쾌함과 꺼려지는 느낌도 들더라도 누군가를 확 사로잡는 끌어당기는 힘도 있으면서 그로 인해 스스로 사유하게 만들어주는 상상을 하게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는 ‘상어’를 비롯한 일부 작품을 둘러싸고 동물학대 비판이 제기된 것에 대해선 “진짜를 보여주고 싶어 이전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며 “다만 지금은 기술이 많이 발전해 진짜 현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해 꼭 진짜일 필요는 없으며, 실제 지금 전시돼 있는 소머리 등은 기술을 이용해 만든 가짜”라고 답했다.
허스트는 ‘죽음을 말하는 작가’라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선 “어릴 때 엄마가 말하길 ‘피할 수 없으면 직시해라’라고 가르쳐 주셨다. 그 피할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죽음”이라며 “예술로 죽음을 다룬다고 해서 그 예술이 죽은 건 아니고 작가가 죽는다고 그의 예술이 같이 죽는 것도 아니다. 저는 죽음도 그렇게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작가적 삶도 되돌아보기도 했다. 허스트는 “제가 미술을 처음에 시작했을 때에는 회화에는 적대적인 시기였다. 캔버스의 공백과 공허함이 복잡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며 콜라주를 좋아했기에 콜라주부터 출발하게 됐다고 작가 인생을 되돌아봤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 설치 작품에서 회화 쪽으로 작업 영역이 확장하고 있다는 질문에는 “작업실 앞을 흐르는 강을 그리고 있는 ‘리버 페인팅’ 같은 경우에는 아직 작업 중이어서 따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피카소는 ‘회화라고 하는 것은 진실을 드러내는 거짓말’이라고 표현했는데, 딱 알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허스트는 작가로서 내적 동력을 묻자 “성공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것 같다. 스스로 내리는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 남들이 바라보는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며 재치 있는 대답을 내놨다.
“오래 전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흡연자가 아닌 사람들은 절대 믿을 수 없다’고 얘기 했는데, 이제는 흡연자들을 믿지 않습니다. 그만큼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는 것 같아요(옅은 미소). 만약에 지금의 저에게 성공 여부를 물어보신다면, 저는 나중에 죽은 다음에 묘비에 ‘멋진 아버지’라는 단어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라는 꿈을 꾸거든요.”
그는 이날 관객들 앞에서 이진경 교수와 송수정 국현 학예연구관이 참여하는 특별 대담을 갖기도 했다. 대담에선 죽음과 종교, 과학과 자본 등 허스트 작업의 핵심 주제와 최근 회화 작업으로의 전환 과정, 전시 기획 배경 등이 소개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작품 중 꼭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파리와 소머리가 나와 있는 그 작품”(‘천년’, 1990)을 남기겠다고 말했다. 전시 종료를 2주일여 앞두고 8일 현재 허스트 개인전의 누적 관람객 44만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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