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치료 문턱 낮추지만 ‘과의존’ 등 위험도”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인간 치료자의 보조 수단으로는 유용하지만 대체재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가 환자의 치료 문턱을 낮추는 순기능이 있지만, 환자가 과의존 하거나 의사의 진단 신뢰도를 흔드는 역기능도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정두영 교수 공동연구팀은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진료 현장에서 확인한 생성형 AI와 관련된 경험·해석’과 ‘정신건강 분야에 안전하게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 등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2025년 10월 27일부터 12월 26일까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원 408명(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26명·전공의 8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 의미 있는 개방형 답변을 남긴 311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설문은 △진료 현장에서 챗봇·진단 보조도구 등 생성형 AI와 관련해 겪은 경험 △인간 치료자와 비교한 생성형 AI의 장점과 한계 △정신건강 분야에 생성형 AI를 안전하게 도입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 등 세 가지 질문과 답변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의사들은 환자가 생성형 AI를 △감정 정리 △자가 관리 △치료 진입의 ‘낮은 문턱 도구’로 활용한 긍정적 사례가 있다고 보고했다. 한 의사는 환자가 생성형 AI를 활용해 단순한 위로성 문구가 아니라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정리하는 글을 생성했고, 그동안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을 언어화해 증상이 호전됐다고 답했다.
반면 △망상적 신념의 강화 △사회적 위축 △과의존 △약물 과다복용 등 자살·자해 위험과 연결된 부작용 사례들도 보고됐다. 특히 환자가 생성형 AI 출력 내용을 의사의 진단과 비교하며 진단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양상도 관찰됐다.
응답자들은 생성형 AI에 대해 표준화돼 있고 피로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도구로 보면서도 깊이 있는 치료 관계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생성형 AI는 비언어적 단서나 정서적 느낌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고, 사용자의 표현을 비판·검증 없이 수용하는 왜곡된 신념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면서 △위기 상황·취약 집단을 위한 안전 인프라 △확산 전 기술적 신뢰성과 임상 검증 △교육·감독·구조적 지원 등의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게 의사들의 지적이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추상적 태도 조사를 넘어, 정신과 의사들이 실제 진료실에서 생성형 AI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를 현장 경험에 근거해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정신건강 분야의 AI는 다른 의료 AI보다 더 계층화된 감독과 진단 민감형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핵심 과제는 환자의 취약성과 관계적 요구, 정신과 특유의 안전 위험을 고려해 그 사용을 어떻게 경계 짓고 감독할 것인가”라며 “빠른 대체가 아니라 제한적·보조적 사용과 강화된 거버넌스·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메디컬 인터넷 리서치’(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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