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상공을 비행하다 추락한 미군 아파치 헬기가 이란에 의해 격추된 것이라면서 상응 조치를 예고했다. 그동안 종전 협상 타결을 위해 양측 간 간헐적인 무력 충돌에도 휴전 유지 방침을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보복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지난 4월부터 이어져 온 미·이란 휴전 국면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어젯밤 호르무즈 해협 상공을 순찰 중이던 최첨단 아파치 헬기 1대가 이란에 의해 격추됐다는 보고를 방금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헬기에는 조종사 2명이 탑승해 있었으나 두 사람 모두 무사하며 부상도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럼에도 미국은 불가피하게 이 공격에 대응해야만 한다”고 말해 보복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전날 뉴욕타임스(NYT)는 미군 육군 아파치 헬기 1대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추락했으며 탑승 승무원 2명은 무사히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뉴욕 맨해튼에서 미국 프로농구(NBA) 경기를 관람하고 복귀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고 헬기 조종사들이 다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보고서가 이날 중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7일부터 휴전하고 종전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과 이란은 최근 간헐적인 무력 충돌을 주고받고 있으나, 양측 모두 휴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역시 휴전 기조 자체를 폐기하기보다는 이란의 도발에 대해 상응하는 수준에서 대응에 나서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일단 해석된다. 11일 북중미(미국·멕시코·캐나다) 월드컵이 개막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휴전이 깨지고 전쟁이 확전의 소용돌이로 빠져 들어가는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큰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발언은 최근까지 종전 합의 가능성을 거듭 언급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기조와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와 트루스소셜 언급 등을 통해 이란과의 합의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고 낙관론을 제기한 바 있다. 또 종전 협상의 돌발 변수로 부상한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직접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보복 방침을 밝힌 것은 최근까지 합의 가능성을 강조해온 기존 행보와는 온도 차가 있어 보인다. 미군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란의 공격에 의한 미군의 물적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동시에 이란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보복을 예고한 만큼 미국의 실제 군사 대응 수위와 이에 대한 이란의 반응이 휴전 국면에서 핵심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란은 미군 헬기가 이란에 의해 격추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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