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쉽게 교류 위해 법·제도 정비
양국 청년세대에 꿈·희망 줘야
반도체·AI 등 한·일 강점 합칠 땐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전략무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일 경제연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양국 협력·교류 의제를 집중화·제도화하기 위한 ‘빅 텐트’ 형태의 플랫폼을 새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9일 일본 도쿄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주최, SK·최종현학술원 기획으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 특별세션에서 “기성세대만큼 성장에 대한 기대치를 못 가진 청년세대에게 양국이 교류를 통해 꿈과 희망을 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럽연합(EU) 수준을 목표로 한·일 경제연대를 실현하면 양국 합산 국내총생산(GDP) 6조달러(약 9132조원) 이상의 시너지를 만들어 ‘미래 성장’에 대한 희망을 키울 수 있지만, 사회 곳곳의 양국 협력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는 단기적 정치 상황 등 외부 요인에 의해 흔들릴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양국 정부는 교류를 정책화할 상시 조직을 만들고, 정치권은 양국이 좀 더 쉽게 교류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하며, 민간에서는 각종 협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면 좋겠다”며 이를 자신의 꿈이자 기성세대가 해줘야 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최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주창해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는 ‘미들 파워(Middle Power·중견국) 연대’를 연상케 하는 발언도 했다. 최 회장은 “한·일이 저출산·고령화 속에서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는 와중에 미·중 등 성장 속도가 빠른 다른 경제 주체와의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고, 한·일이 수출을 계속할 수 있었던 배경인 세계무역기구(WTO) 질서는 미·중 갈등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양국이 미·중이나 EU가 만든 룰(규칙)을 쫓아가야 하는 처지인데, 한·일이 덩치를 더 키워서 우리의 룰을 만들고 남의 룰에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면 정글에서 삼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 힘으로 우리를 지키지 못하는 ‘안보 적자’ 상황에서 양국에 남은 선택지는 상품 거래 수준을 넘어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협력”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성장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두 나라의 핵심 전략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꼽았다. 그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메모리반도체, 일본이 강한 산업 생태계를 합칠 경우 “비용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이 구조가 망가지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전략적 무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일 간 전략적 협력의 열쇳말로 ‘성장’과 ‘비용’을 제시한 최 회장은 양국 고비용 구조 사례로 에너지 분야를 들며 “두 나라가 구매, 도입, 비축 등 전 영역에서 협력하면 사회의 기초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제 에너지는 안보 문제가 돼 공동안보 측면에서도 비용을 떨어뜨려야 한다”며 “AI 확산에서도 전기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한데, 한·일이 따로 움직이기보다는 공동으로 대처하면 비용을 10∼2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SK그룹이 일본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회사가 됐다면서 “투자 이익을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 재투자하는 프로그램도 생각하고 있다. 투자 환원을 통해 두 나라의 협력 신뢰도를 높이면 민간 교류 규모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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