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외국인 평론가가 올여름 딸과 함께 한국을 여행한다며 서울에서 클래식 공연을 즐기고 싶다고 전해 왔다. 그러면서 한 가지 어려움을 덧붙였다. 어떤 공연이 열리는지 찾고 표를 예매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오래 공연을 보고 글을 써 온 나로서는 너무 익숙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이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은 189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클래식 공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에서 클래식이 차지하는 비율인 약 1%로만 잡아도 그 뒤에는 18만 명 안팎의 잠재 관객을 어림잡을 수 있다. 물론 이 수치를 곧바로 공연 수요로 옮길 수는 없지만, 그 동료처럼 저녁 일정에 공연 한 편을 넣어볼 여행자가 적지 않다고 가늠할 수는 있다.
문제는 그 가능성이 실제 관람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공연장마다 외국어 서비스의 수준은 다르고, 결제나 본인 인증 방식도 제각각이다. 한국어 페이지에는 포스터와 곡목, 출연자 정보가 충분한데 영문 페이지에는 기본 일정만 남는 경우도 있다. 바흐트랙 같은 글로벌 공연 정보 플랫폼에서 한국 공연의 노출이 충분하지 않은 점도 외국인 관객에게는 또 하나의 문턱이다. 좋은 연주가 있어도 여행자의 눈에 띄지 않으면 선택지에 오르기도 전에 사라진다.
따라서 이 문제는 고객 여정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여행자는 공연장 홈페이지를 먼저 열지 않는다. 숙소를 확인하고, 지도 앱으로 이동 시간을 계산하고, 전시 시간을 살피고, 저녁 식당을 고른다. 공연은 바로 그 선택의 흐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글로벌 예매 플랫폼과 여행 앱, 지도 서비스, 호텔 컨시어지에서 그날 가까운 공연이 자연스럽게 제안되고, 관심을 가진 순간 티켓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결제 절차를 간소화하는 동시에, 러닝타임과 좌석 가격대, 곡의 분위기, 연주자의 특징처럼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정리해야 한다. 여행자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긴 작품 해설이 아니라 “오늘 밤 이 공연을 볼 수 있을지” 판단하게 해 주는 명확한 정보다.
장소와 프로그램을 조금 더 세심하게 엮으면 기억은 더 오래 남는다. 서구권 여행자에게 대형 콘서트홀은 훌륭하지만 아주 낯선 공간은 아니다. 오히려 고궁이나 사찰, 한옥처럼 한국의 시간이 남아 있는 장소에서 듣는 음악이 여행의 감각과 더 깊이 결합한다. 반대로 동아시아권 여행자에게는 오래된 공장을 고쳐 만든 공연장이나 미술관 로비처럼 서울의 근현대가 드러나는 무대가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 여기에 한국 작곡가의 실내악, 젊은 연주자의 리사이틀,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조심스럽게 만나는 무대가 더해진다면, 공연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한국에서만 들을 수 있는 저녁이 된다.
외국인 관객 한 명이 객석에 앉는 일은 단순히 티켓 한 장이 더 팔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해외에는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젊은 연주자, 실내악단, 지역 오케스트라가 새로운 청중과 만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 관객이 본국으로 돌아가 공연을 이야기하고, 연주자의 이름을 검색하고, 음원을 다시 찾아 듣는다면, 그 이름은 또 다른 청중에게 닿을 수 있다. 해외에 이름을 알리는 길이 반드시 거창한 투어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한국에서 즐긴 공연 한 편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한국에는 이미 좋은 연주자와 좋은 무대가 충분히 있다. 다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훌륭한 공연도 관객에게 닿는 길이 마련되어야 비로소 제 몫을 한다. 남은 일은 여행자가 실제로 지나가는 길목에 그 공연을 정확히 놓아두는 것이다.
글·사진=이상권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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