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하진은 아빠 광호를 똑 닮은 딸이었다. 아빠의 카세트테이프로 록 음악을 듣고, 아빠의 통기타를 메고 무대에 올랐다.
하진이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졌다. 하진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와 방 안에만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가족은 우울감을 호소하는 하진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았다. 광호는 하진에게 전자 기타를 선물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길 바랐다.
어느 날, 하진이 밤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자, 가족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진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확인했다. 자살 방법이 적힌 게시물 아래 하진의 댓글이 보였다. 곧장 경찰에 신고한 후, 밤새 하진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그날 하진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또렷한 무전기 음성이 사무실 안을 채운 건 오전 9시 무렵이었다. 서울 방배경찰서 임시청사 1층 형사당직팀 사무실에는 낮게 깔린 키보드 타건음 사이로 밤사이 들어온 사건을 정리하는 목소리가 오가는 중이었다. “학생이 실종됐다”, “최근 자살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 “지하철역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그 말들이 방금 출근한 형사4팀 황주영 형사의 귀에도 들렸다.
그 순간 짧은 무전 한 줄이 울렸다.
“A아파트, 변사 신고 접수.”
변사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무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한 사람을 떠올리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하진이었다.
2023년 4월26일 오전 9시, 서울 하늘에는 회색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 전날 전국에 약하게 내렸던 봄비의 흔적이 서초구 방배동 골목과 아파트 외벽에 남아 있었다. 금방이라도 다시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 날씨였다. 황 형사가 탄 흰색 스타렉스 형사기동대 차가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아파트는 외부인도 드나들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는 가장 먼저 외부 침입 흔적부터 확인해야 했다. 황 형사는 경비실로 향했다.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아파트 출입 시간대와 이동 경로를 맞추며 사건 직전의 흐름을 되짚었다. 그의 시선은 곧 현장으로 옮겨갔다. 여태껏 그가 본 변사 사건 현장에서 가장 앳된 얼굴이 누워 있었다.
그해 사이버수사팀에서 형사팀으로 넘어온 7년 차 황 형사는 곧바로 인터넷 커뮤니티 관계자에게 연락했다. 전날 하진이 실종 직전 ‘디시인사이드’의 한 갤러리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과 댓글을 남긴 정황이 확인된 상태였다. 문제가 되는 게시물의 접속 기록을 남겨 달라고 요청했다.
변사 사건은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종결됐다. 다음 날인 27일, 하진의 아빠 광호는 검찰에서 내려온 검시필증을 받았다. 범죄 혐의 여부를 가리는 검안 절차가 끝났다는 뜻이었다. 그제야 가족은 시신을 인계받을 수 있었고, 28일부터 사흘간 하진의 장례를 치렀다.
빈소에서 광호는 상복 차림으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화면에는 디시인사이드가 열려 있었다.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벅찬 시간, 그는 딸이 자주 이용하던 게시판 속 글과 댓글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게시물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하진의 활동명 ‘초록나무’를 제목에 언급한 글이었다. 작성자는 ‘설연최’. 뜻도 알 수 없고, 실제 본명과도 연관성이 없는 활동명이었다. 딸이 자살을 시도하기 하루 전, 설연최가 올린 게시물엔 “유서에 나 적지 말아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설연최는 이미 그 계획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 순간 장례 내내 무너져 있던 광호의 정신이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광호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내가 이놈은 반드시 잡는다.’
광호의 친척조차 대부분 하진의 장례 소식을 몰랐다. 광호는 아주 가까운 친척과 극소수의 회사 사람에게만 하진의 부고를 알렸다. 청소년 자살률이 높다는 말은 늘 뉴스 속 이야기였다. 그 비극이 당장 자신의 딸에게 벌어질 일이라고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주변에도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없었다. 혹은 광호처럼, 자식의 자살을 말하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장례를 마친 후 광호는 방배서를 찾았다. 손에는 두툼한 서류 뭉치가 들려 있었다. 디시인사이드 게시물을 캡처해 출력한 스무 장 분량의 고소장이었다. 피고소인은 신원 미상이었다. 알고 있던 정보는 설연최라는 활동명뿐이었다.
그 갤러리에는 설연최가 쓴 게시물이 계속 올라왔다. “초록나무 진짜로 갔냐”는 제목의 글 아래, 설연최는 “내가 보냄”이라고 댓글을 남겼다. “걍 걔가 죽기 전에 죽는 방법에 대해서 잠깐 토의했음”이라는 댓글도 달았다. 광호는 그 댓글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모두 캡처했다.
황 형사는 방배서 4층 조사실에서 광호를 마주했다. 조사실 문을 열고 의자에 앉은 광호의 얼굴에는 공허함이 느껴졌다. 황 형사는 평소 사건 조사 때처럼 사실관계를 캐묻지 않았다. 먼저 광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데 집중했다. 광호에게 하진의 마지막 시간을 말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경찰서뿐이었다.
수사의 쟁점은 어떤 법을 적용할 수 있냐였다. 고소장은 자살방조 혐의로 접수됐다. 황 형사는 조문과 판례를 처음부터 다시 뒤졌다. 실제 처벌 조항이 존재하는지, 이 사건의 구성요건에 정확히 부합하는 적용 근거가 무엇인지를 따져봤지만, 딱 맞아떨어지는 조항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20년 차 베테랑 경찰인 윤원대 팀장은 황 형사에게 말했다. “자살예방법이 있던데, 이걸로 적용 가능할지 살펴봐라.” 윤 팀장도, 황 형사도 낯설었던 법률이다. 2019년 7월부터 시행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 제19조 제1항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서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등 자살유발정보를 유통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었다.
황 형사는 자살방조죄 대신 자살예방법을 적용했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자살유발정보를 유통한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었다. 설연최와 하진은 온라인으로만 아는 사이였다. 피의자가 “진짜 죽었냐”는 댓글을 남긴 점도 걸렸다. 피의자가 하진의 시도에 적극 가담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수사는 익명 커뮤니티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을 특정하는 작업으로 옮겨갔다. 황 형사는 과거 사이버수사 경험을 살려 디시인사이드와 즉시 접촉을 시도했다. 이미 문제가 된 게시물의 접속 기록을 요청해 둔 상태였다.
수사의 실마리는 그 접속 기록 안에 있었다. 익명 뒤에 숨어 있던 설연최의 윤곽이 드러났다. 고소 접수부터 송치까지 걸린 시간은 총 42일. 통상 수개월 걸리는 고소 사건이 한 달 반 만에 송치된 셈이다.
검사실에서도 이 법은 낯설었다. 경기 고양시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4층, 오후 4시가 지날 무렵. 실무관이 카트를 밀고 민애리 검사실로 들어왔다. 카트 위에는 사건 기록철이 층층이 실려 있었다. 실무관이 방 안 가운데 민 검사의 책상 위에 서류를 올려놓았다. 민 검사가 그중 한 묶음을 꺼냈다. 검정 끈으로 단단히 묶인 기록은 민 검사가 앉은 자리에서 어깨높이 아래까지 올라왔다. 두 권 분량, 300쪽 남짓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표지에 적힌 긴 죄명이었다.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위반’.
2021년에 로스쿨을 졸업한 2년 차 민 검사가 처음 보는 죄명이었다. 민 검사의 전담 분야는 의료·식품·환경이었다. 통상 배당되던 식품위생법, 의료법 관련 사건과는 결이 달라 보였다.
민 검사는 오른손 검지에 낀 파란 골무로 사건 기록의 첫 장을 넘겼다. 맨 앞에는 경찰의 송치 결정서가 놓여 있었다. 자살방조죄 적용은 쉽지 않을 수 있으나 자살예방법 위반은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로 고소장, 경찰의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추적 기록, 피의자 특정 과정, 조서가 차례로 이어졌다.
그 밑으로 변사기록이 편철돼 있었다. 민 검사는 종이를 넘기며 하진의 마지막 동선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자살 방법을 어떻게 알게 됐고, 어떤 댓글에 반응을 했는지, 온라인 공간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가 시간 순서대로 드러났다. 마지막 하진이 머무른 현장 사진에서 민 검사의 시선이 멈췄다. 하진이 머문 곳은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이었다. 현장의 잔상이 민 검사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하진은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을 통해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나눴다. 민 검사가 사건 기록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건 바로 그 부분이었다. 민 검사는 “실은 누군가 이를 잘못된 행위라고 말하며 손을 내밀어 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죽고 싶다’는 말 속에 ‘살고 싶다’는 신호에 대해 돌아온 것은 위로나 도움이 아니었다. 구체적인 자살 방법이 전달됐다. 민 검사는 “망인이 자살에 대한 정보가 거리낌없이 증식되는 환경에 놓여 있었고, 그 누구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했다.
민 검사는 형량이 높은 자살방조죄 적용 가능성부터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아직 확보되지 않은 증거가 더 있다면 자살방조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특히 첫 자살 시도 이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5일 동안 하진이 익명 커뮤니티 이용자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기록만으로 완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민 검사는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를 열어 ‘자살예방법’을 읽었다. 제1조 목적. 이 법은 자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책무와 예방정책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어 2019년 7월부터 시행된 제19조 제1항.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자살유발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민 검사는 관련 판례를 찾았다. 대형 웹사이트에 ‘한국의 자살 명소’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물이 자살예방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눈에 들어왔다. 자살의 구체적인 방법을 적시하지 않았더라도 자살을 유도하거나 실행을 돕는 정보라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다만 해당 사건은 정식 재판으로 이어지지 않고 약식명령으로 처리됐다. 민 검사는 해당 판결문을 증거기록에 첨부했다. 구체적인 수단이 담기지 않은 글조차 자살유발정보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이 이 사건의 판단 기준이 됐다.
기록을 모두 검토한 뒤 민 검사는 자살예방법으로 기소를 결정했다. 사건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온라인 기록을 확보하지 못해 자살방조죄 적용은 끝내 쉽지 않았다. 대신 온라인상에서 구체적인 방법과 실행을 부추기는 댓글과 게시물은 자살예방법 위반의 구성요건에 들어맞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자살유발정보를 유통한 혐의로 정식 재판에 넘겨진 사례가 없었다. 이에 적용할 형량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았다. 민 검사는 부장검사와 양형 수준을 두고 논의하기도 했다. 그렇게 사건은 재판으로 넘어갔다.
설연최는 법정에 세워졌다. 그해 성인이 된 손모(19)씨였다. 손씨는 자신의 군 면제를 게시물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성인인 설연최가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하진의 계획을 알고도 막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겼다.
고양시에 사는 피고인 손씨는 1심 재판을 불과 며칠 앞둔 3월12일 입원했다. 손씨의 국선변호인은 첫 상담조차 피고인 대신 그의 아버지와 진행해야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집 안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그 이후에는 출근할 때조차 아들을 데리고 다닐 정도로 위태로운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피고인 손씨의 표정은 또렷하게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무색무취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재판 내내 큰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판사가 “아버지가 아들 이름을 간판에 걸어서 장사할 정도로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왜 자꾸 죽으려 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형사11부 김주완 판사는 2024년 3월29일 손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온라인상 자살유발정보 유통 행위가 자살예방법으로 공판을 거쳐 유죄가 선고된 첫 사례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의 아버지는 재판 결과와 관련해 취재진에게 “산 사람이라고 마음이 편하겠냐”고 말했다. 아들이 반복적으로 자살시도를 했던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환자임을 언급하며 국가의 치료와 돌봄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광호는 1심 유죄 판결 이후 다시 디시인사이드 검색창에 하진이 봤던 게시물에 언급된 자살유발정보를 입력했다. 같은 자살 정보를 본 누군가에게 비극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광호가 언론 앞에 나선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는 “사람이 실제로 죽지 않았더라도 자살유발정보를 올리는 행위 자체만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해 1심 재판이 끝나고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디시인사이드에는 ‘자살 꿀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하진이 댓글을 남겼던 게시물과 같은 사진이 첨부돼 있었고, 여기에 더해 구체적인 설명까지 적혀 있었다. 광호는 해당 게시물 작성자를 상대로 고발장을 작성했다. 하진이 사건의 고소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문장만 새로 추가됐다. “참고로 고발인의 딸이 동일 범죄로 인해 세상을 떠났으며, 피고인에 대해 1심 판결 유죄가 나 있는 상황입니다.”
피고발인의 성명은 불명. 적을 수 있던 것은 디시인사이드의 갤러리 이름, 활동명, 유동 IP뿐이었다. 고발 이유는 자살예방법 제19조 제1항 위반이었다. 그는 게시물 캡처 화면과 인터넷 주소를 첨부해 종로경찰서에 제출했다. 경찰이 확인하려 했을 때 해당 게시글은 이미 볼 수 없도록 조치돼 있었다. 지워진 게시글은 조치 이후 3개월이 지나면 영구히 삭제된다. 디시인사이드로부터 받은 정보 역시 게시물 작성 당시의 IP 주소뿐이었다. 수사는 거기서 멈췄다.
또 다른 갤러리에서는 한 사용자가 “자살 방법을 알려드림”이라는 제목으로 외부 웹사이트 주소를 게시했다. 이 주소는 자살 방법을 소개하는 11분 분량의 영상이었다. 경찰은 디시인사이드에 IP 주소를 받았으나 그것마저 해외 IP로 확인되면서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다른 사건도 비슷했다. 한 이용자는 “지금 자살 마려운 새끼들 참고해라”라는 문장과 함께 자살 방법을 적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당시 테슬라 주가 폭락으로 주식 관련 갤러리에 자살하고 싶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자 사람들을 놀리고 싶은 마음에 해당 게시글을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종로서는 이를 자살유발정보가 아닌 유해정보로 판단하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자살예방법에서 자살유해정보는 개인의 감정 표출이나 고통 호소로 분류돼 처벌이 아닌 관리의 대상이 된다. 이와 달리 자살유발정보는 타인의 자살 실행을 돕거나 부추기기 위한 정보를 말한다.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된다.
박주돈 디시인사이드 부사장은 이런 문제를 두고 “사이트를 차단하면 이용자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단순히 공간을 없애는 방식보다 근본적인 자살예방 대책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시인사이드는 자살 관련 키워드 약 850개가 검색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살유발정보 감시는 광호의 신고처럼 상당 부분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을 통해 접수된 자살유발정보 신고 건수는 2019년 3만2588건에서 2023년 30만3636건으로 늘었다. 4년 만에 9배 가깝게 늘었다. 모니터링 상당수는 ‘지켜줌인’이라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겨져 있다. 2024년 9월 기준 활동 인원은 884명. 이들이 온라인 게시글을 발견해 신고하면 재단이 해당 게시물의 삭제 여부를 확인한다.
광호는 어느 순간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너무 극렬한 놈이 되는 건 아닌가. 자살유발정보에 집착하는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 정도로 그는 같은 화면을 반복해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올해 3월 디시인사이드의 검색창을 다시 열었다. 딸을 죽음으로 몰았던 검색어를 입력했다.
그 방법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하진이 세상을 떠나고 고발장을 쓸 때와 똑같은 화면이었다. 달라진 건 조회 수뿐이었다. 2023년 당시 243회였던 숫자는, 올해 3월 447회로 늘어 있었다. 하진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200번이 넘게 그 게시물이 누군가에게 읽혔다.
탐사보도1팀=조병욱 팀장, 배주현·정세진 기자
사진: 최상수·남정탁·유희태 기자
편집: 최미숙 기자, 미술: 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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