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일원화’의 사전적 의미는 판사, 검사, 변호사, 법학 교수 등으로 분리돼 있던 법조 직역 간의 벽을 허물어 하나로 만든다는 것이다. 한데 한국에선 법관의 임용 방식을 두고 법조일원화라는 용어를 많이 쓰는 듯하다. 과거 사법연수원이 있던 시절 연수원 수료와 동시에 판사가 되는 ‘즉시임용제’와 달리 변호사 자격 취득 후 일정한 기간 동안 법조계에서 일한 이들 중에서 판사를 뽑는 이른바 ‘경력법관제’를 곧 법조일원화와 동일시하는 이들이 많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와 함께 도입된 법조일원화 시스템에 따라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판사가 되려면 변호사시험 합격 후 최소 5년간 경력을 쌓아야 한다.
이는 미국을 모델로 삼은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젊은이들이 바로 판사가 될 수 없다. 장차 법관이 되길 꿈꾸는 이들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현직 판사의 ‘로클럭’(law clerk·재판연구원)으로 채용되는 것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법관의 재판 업무 보조다. 판사보다 먼저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논점을 정리해 보고서를 쓰는 것이 핵심이다. 법관의 지시에 따라 판례를 찾거나 법리를 분석하는 것도 재판연구원의 임무다. 심지어 어떤 판사는 판결문 초안 작성도 연구원에게 맡긴다고 한다. 오늘날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거의 대부분은 과거 대법원에서 특정 대법관을 위한 연구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흔히 ‘전관’ 하면 법원·검찰 고위직 출신이 변호사 개업 후 특수(特需)를 누리는 전관예우의 그 전관(前官)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런데 법조계에는 ‘관직을 바꾼다’는 뜻의 전관(轉官)도 있다. 검사가 판사로, 또 판사가 검사로 옮기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1982년 사법연수원 12기 수료 후 검사로 임용돼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등에서 일하다가 1986년 판사로 전직했다. 법관으로서 서울고법 판사까지 지내고 1995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1987년 연수원 16기 수료 후 법관으로 임용돼 대구지법에서 일한 뒤 검사로 옮겼다. 이후 검사장을 거쳐 검찰총장까지 지냈으니 그가 판사를 일찌감치 그만둔 것은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대법원이 2026년도 법관 임용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현직 검사 무려 230명가량이 지원서를 낸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검찰 등에서 5년 이상 경력을 쌓은 검사들이 대거 법원으로의 이직을 희망하고 나선 것이다. 대법원은 보통 한 해에 110~160명가량의 신임 판사를 뽑는데, 당장 검사들끼리 피 터지는 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이재명정부의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오는 10월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개편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기존 검찰청 검사보다 권한이 훨씬 적은 공소청 검사로 남느니 차라리 판사가 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법원 입장에서야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들면 좋겠으나, 이번에는 그 이유가 너무나 명백하기에 다소 떨떠름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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