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 비행체 2기, 선미 2차례 타격
기종 미확인… 공격 주체 예단 안해
美 주도 해양자유연합 참여 검토”
외교·경제·안보 등 큰 파장 예고
선미 외판 폭 5m 내부 7m 훼손
전쟁 간접 피해국 → 당사국 되면
對이란 실리외교도 전환 불가피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HMM ‘나무호’ 화재, 폭발에 대해 우리 정부가 현장 조사를 거쳐 선체 내부의 결함이 아닌 “미상의 비행체”에 의한 외부 공격으로 판단했다.
공격 주체를 예단하지는 않겠다면서 추가 조사 필요성을 밝힌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해양자유연합 참여 검토 등 국제사회와 공조를 강조했다. 나무호가 피격된 것이라는 조사 결과는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원, 선박의 안전, 통항 재개 등의 문제를 넘어 한국의 외교·경제·안보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외교부는 정부합동조사 결과 “현지시간 5월4일 15시30분경 미상의 비행체 2기가 HMM 나무호 선미 좌현 평행수 탱크 외판을 약 1분 간격으로 2차례 타격했고, 이로 인한 충격 후 진동을 동반한 화염 및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좌측 선미 외판이 폭 약 5m, 선체 내부로 깊이 약 7m 훼손되었으며, 선체 안 프레임은 내부 방향으로 굴곡됐고 선체 외판은 외부 방향으로 돌출했다”고 전했다. 또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되었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합동조사단은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화재가 발생한 기관실에 대한 정밀 감식, 6명의 한국인을 포함한 선원 24명에 대해 면담 조사를 진행했다.
외부 공격 가능성은 일찌감치 제기됐다. 폭발이 있었던 당일 일부 선원들이 폭발음을 들었다고 증언했고, 나무호가 발이 묶여 있던 호르무즈해협에는 기뢰 및 드론 위협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한국 화물선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단독으로 움직이다가 이란의 공격을 당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런 결과는 외교, 안보, 경제 등에 상당할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공격 주체가 변수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계열이나 친이란 무장세력으로 판명될 경우 한국은 사실상 중동 군사갈등의 ‘간접 피해국’이 아니라 ‘직접 당사자’로 위치가 바뀌게 된다. 이는 곧 이란을 포함한 대중동 외교에 변화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그동안 한국은 이란과는 비교적 실리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유일하게 이란에 정부 특사를 파견해 직접 소통에 나섰다. 정병하 외교부 장관 특사는 지난달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비롯해 이란 정부 요인들을 만나 중동 정세와 양국 현안을 논의했으며, 한국 선박과 선원 보호 문제도 협의했다. 또 전쟁 발발 이후에도 현지 대사관을 유지한 몇 안 되는 국가다.
그러나 우리 국적 선박에 대한 공격으로 이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국내 반이란 여론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외교 기조를 둘러싼 갈등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사건 규명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온 것도 이런 외교적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격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회색지대(Grey Zone) 공격’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드론이나 기뢰, 비정규 무장세력 등을 활용한 이런 공격은 특정 국가가 공식 책임을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군사 충돌은 피하더라도 해상 불안과 보험·물류 리스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 정부는 주한이란대사관을 통해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 선박이 입은 피해와 관련된 사건에 이란 공화국의 군이 개입했다는 모든 주장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강력히 부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공격 주체를 예단하지는 않겠다”며 “추가 조사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는 “문제는 (공격을) 누가 했느냐다. 이란이 쏜 드론일 수도 있고, 미군의 오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장에서 수거한 잔해를 분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기체계의 부품 등이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어 공격 주체를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과의 관계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군사적 기여 요구를 강화할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 내부의 격한 논쟁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 한국 선박의 보호를 위해 군사적 개입을 검토한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지상·해상·공중에서 고강도 위협이 존재하는 호르무즈해협에서의 군사작전은 함정 1척으론 불가능하다. 방공 및 지휘통제 기능을 갖춘 이지스구축함과 호위함, 기뢰 제거용 소해함, 연료와 탄약 등을 보급할 군수지원함 등이 포함된 해상 전투전단을 꾸려야 한다. 이는 청해부대 규모를 뛰어넘는 대규모 파병을 의미한다. 대북 군사대비태세와 영해 수호 등 한반도 주변 해역 임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덴만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를 투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청해부대로선 아덴만 일대에서 소말리아 해적의 상선 납치 시도를 저지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회 동의도 변수다.
현재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여 있는 우리 선박 26척, 한국인 선원 160여명의 안전 확보는 더욱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게 됐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마운자로의 역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5/08/128/20260508500060.jpg
)
![[기자가만난세상] MZ세대 공무원 바라보는 여러 시각](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06/26/128/20250626518698.jpg
)
![[세계와우리] 중동 변국<變局>과 미·중 정상회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22/128/20260122518803.jpg
)
![[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믿음이 사라진 매경오픈](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5/07/128/20260507514334.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