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부산의 새 랜드마크, ‘부산오페라하우스’…그 첫 무대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관광한국의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새삼 각광받는 부산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등장한다. 북항지대에 들어설 부산오페라하우스다. 한 도시를 상징하는 명소가 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나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처럼 부산을 상징하는 새로운 공간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 공간을 어떻게 시작하고 채울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불붙었다. 그 도화선은 최대 115억 원을 들여 개관공연으로 초대하겠다는 이탈리아 오페라 명가 라 스칼라 극장의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다.

 

부산 북항에 건립 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 전경. 바다를 향해 열린 곡면 외관과 지붕 산책로를 갖춘 이 건물은 2027년 9월 개관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개관공연으로 라 스칼라 극장 초청이 추진되면서 지역 예술계와 공연계 안팎에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스노헤타 제공
부산 북항에 건립 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 전경. 바다를 향해 열린 곡면 외관과 지붕 산책로를 갖춘 이 건물은 2027년 9월 개관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개관공연으로 라 스칼라 극장 초청이 추진되면서 지역 예술계와 공연계 안팎에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스노헤타 제공

◆부산의 새로운 명물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출발점은 2008년 5월 부산시와 롯데그룹간 1000억 원 규모 건립 기부약정이다. 2009년 사업 추진이 결정된 후 외벽 디자인 변경 논란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올 연말 주요 공사를 마치고 내년 9월 개관할 예정이다. 국제공모(2012년 당선)에서 선정된 설계사는 스노헤타(Snøhetta). 2008년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로 ‘건물 위로 시민이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공공 광장형 오페라하우스’라는 새로운 전형을 만든 사무소다.

 

스노헤타에 따르면 부산오페라하우스 디자인은 동양 철학 전통의 건(乾, 하늘)·곤(坤, 땅)·감(坎, 물)에서 영감받았다. 두 개의 휘어진 면이 이 삼괘의 막대들이 부드럽게 만나는 형상으로 변형되며, 아래쪽 곡면은 건물을 땅에 안착시키고 위쪽 곡면은 하늘과 바다를 향해 열린다는 구상이다. 오슬로처럼 지붕은 시민이 걸어 올라가 북항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공원이기도 하다.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에 1800석 대극장·300석 소극장과 전시실, 부대시설도 갖춘다.

 

새 오페라하우스 개관공연을 둘러싼 격론은 지난 4월 부산시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불거졌다. 부산시가 내년 9월 6일부터 11일까지 5회 일정으로 짜인 라 스칼라의 ‘오텔로’ 개관 공연 사업 예산안을 제출하면서다.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은 2027년부터 라 스칼라 음악감독 정식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음악감독이다. 그는 올 연말 취임 연주회에서 ‘오텔로’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 프로덕션을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공연에 그대로 옮겨오는 구도다. 베르디의 ‘오텔로’는 1887년 라 스칼라에서 초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1993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시절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정명훈이 녹음한 ‘오텔로’ 음반은 그의 대표작이다. 이번 부산 공연에선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텔로’를 3회 공연하는 도중에 부산콘서트홀에서 라 스칼라 필하모닉 연주 1회·라 스칼라 합창단 베르디 ‘레퀴엠’ 공연 1회가 더해진다. 악단과 합창단, 출연·제작진을 합쳐 400여 명이 10~15일 부산에 체류해야 할 정도로 대규모 공연인 만큼 총사업비는 105억~115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평균 티켓가격은 45만원 정도라는 게 부산시가 시의회에 내놓은 설명이다. 

 

부산은 2025년 6월 개관한 부산콘서트홀로 클래식음악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확장 중이다. 런던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등을 초청하며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을 향한 현지 수요를 확인한 만큼 오페라하우스에서 이를 한층 더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100억 원대 이탈리아 오페라 수입’은 신생 지역 예술공간의 정체성 논쟁으로 이어지는 갈등을 빚어내고 있다.

 

부산 북항에 건립 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 전경. 바다를 향해 열린 곡면 외관과 지붕 산책로를 갖춘 이 건물은 2027년 9월 개관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개관공연으로 라 스칼라 극장 초청이 추진되면서 지역 예술계와 공연계 안팎에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스노헤타 제공
부산 북항에 건립 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 전경. 바다를 향해 열린 곡면 외관과 지붕 산책로를 갖춘 이 건물은 2027년 9월 개관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개관공연으로 라 스칼라 극장 초청이 추진되면서 지역 예술계와 공연계 안팎에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스노헤타 제공

◆‘일회성 행사’ 대 ‘딴죽걸기’

 

라 스칼라 개관 공연에 대한 가장 거센 반발은 부산 지역 예술계에서 나왔다. 지난 7일 부산광역시오페라단연합회와 부산예술인연대 등은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 스칼라 초청 공연 중단을 촉구했다. 부산시 지역 오페라 예산 지원이 연간 2억2000만 원에 불과한데 한 차례 개관공연에 100억 원대를 투입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오페라계 내부에선 과도한 일회성·전시성 행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연이야 훌륭하겠지만 개관공연으로 적합한지, 어떤 자산을 남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주류다.

 

“오페라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찬성 논리에 대해서도 한 오페라단 관계자는 “이탈리아는 오케스트라·합창단·무용단이 다 극장 안에 있어서 우리나라와는 시스템 자체가 다른데 ‘배우겠다’는 말 자체가 틀리다”고 반박했다.

 

라 스칼라의 진짜 힘이 세계 최대 규모의 오페라 무대·의상 제작과 보관을 위한 안살도(Ansaldo) 공방, 6만 벌 이상의 무대의상, 150명 이상의 전문 기술인력이 통합된 거대한 생산조직에 있다면, 완성된 프로덕션을 세 번 들여와 보고 보내는 방식으로는 결코 그 시스템을 흡수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이 관계자는 “개관공연 등을 위해 부산시가 수년 전부터 창작오페라를 위촉하고 오케스트라·합창단을 육성했는데 그걸 다 내버려두고 그냥 라 스칼라를 데려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페라계 내부에선 반발이 거세지만 세계에 자랑할 만한 수준의 오페라극장 개관공연으로서 ‘라 스칼라 초청’은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라는 찬성 목소리도 크다. 한 공연·기획 전문가는 “수천억 원을 들여 그만한 오페라하우스를 지었는데 개관 행사는 좀 시선을 끌 만한 세계적인 프로덕션을 해야 한다. 이걸 막겠다는 건 ‘잔치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동네 오페라 할 거면 그냥 지금 있는 문예회관에서 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라 스칼라 초청을 ‘마중물’로 설명하며 “이런 작품을 간간이 하면서 오페라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와 제작 역량 등을 같이 키워나갈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라 스칼라 출연진과 함께 국내 성악가로 별도 팀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론가로 활동 중인 성용원 작곡가는 이번 일로 오페라계 구조적 병폐가 드러났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해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정부 지원금 1억 원을 어떻게 나눌지 합의를 하지 못해 무산된 사례를 거론하며 “내가 먹지 못하니 같이 먹는 밥상을 엎어버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결국 예술인 일자리 창출하라고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하는 건 아니고 시민들이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진정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진짜 과제는 제작역량

 

부산오페라하우스가 풀어야 할 최대 난제는 결국 개관공연 이후 어떻게 운영할 지다. 부산시는 2022년 ‘공공극장의 제작극장화’를 오페라하우스 핵심 운영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2022년부터 매년 합창단·오케스트라·발레단 등의 시즌단원을 공개 모집해왔다. 그런데 작곡가 최우정·작가 배삼식에게 위촉한 창작오페라와 라 스칼라 개관공연 이후 시즌 프로그램 방향 등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 청사진이나 설명이 나온 바 없다. 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 운영주체인 클래식부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운영방안을 구상 중이라는 입장이다. 신설 극장 공연 기획과 준비에 1년 4개월은 빠듯한 시간이다. 빠른 시일 내 부산오페라하우스 안에 자체 제작역량이 확보되어야 역대급으로 기록될 라 스칼라 개관공연도 유효한 자산을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페라 장르의 종가(宗家)격인 라 스칼라로부터 매뉴얼 이전·현장 쉐도잉·공동제작 훈련 등이 이번 내한 공연을 통해 이뤄진다면 100억원대 비용은 역량 확보를 위한 투자일 수 있지만 아니라면 값비싼 공연 구매로 끝나기 때문이다. 


2019년 부산시 의뢰로 작성된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준비 및 관리운영 기본계획 수립’ 보고서는 지금 같은 논쟁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예술·공연계 전문가 및 오페라 평론가, 정책 관계자 20여 명을 인터뷰한 보고서는 “오페라하우스의 정체성은 제작 극장일 때 메리트가 있는 것이며, 제작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때 오페라하우스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건물만 짓는 게 아니라 나중에 어떻게 기능을 할 수 있는지 그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관료 받아서 시설유지비 감당하고 남은 돈으로 직원들 월급 주는 극장이 된다는 경고다.


오피니언

포토

아이브 리즈 '역시 여자의 악마'
  • 아이브 리즈 '역시 여자의 악마'
  • 장원영, 화사한 미모
  • 빌리 션 '앙큼 고양이'
  • 빌리 츠키 '고혹적인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