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으면 ‘맛있다’로 끝났을 소비가 이제는 ‘이 브랜드는 어떤 생각을 하지?’로 이어진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식품제조업 매출액은 176조6342억63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23% 증가했다.
외식업 매출 역시 같은 해 191조7413억3500만원으로 8.25% 늘었다.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제품 자체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졌고, 식품기업들은 브랜드 철학과 문화, 콘텐츠를 함께 축적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최근 식품업계 핵심 화두 가운데 하나는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이다. 단순히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가 브랜드를 하나의 취향과 문화처럼 받아들이게 만드는 전략이다.
과거에는 광고 노출과 신제품 출시 속도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다르다. 브랜드가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어떤 이야기를 축적해왔는지가 소비를 움직인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경험 소비가 강해지면서 식품기업들도 콘텐츠 기업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팝업스토어, 인터뷰 콘텐츠, 브랜드 매거진, 전시, 굿즈까지 소비 경험 전체를 설계하는 흐름이다.
같은 라면, 같은 커피라도 소비자가 다시 찾는 이유는 단순 맛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브랜드와 연결된 경험과 기억이 재구매를 만든다.
이 흐름 속에서 면·소스 전문기업 면사랑의 행보도 눈에 띈다.
면사랑이 운영하는 국내 유일 면 전문 웹진 ‘누들플래닛’은 단순 기업 홍보 채널이 아니라 글로벌 면식 문화를 기록하는 콘텐츠 플랫폼을 지향한다.
면사랑에 따르면 2026년 4월 기준 누들플래닛의 순수 면 관련 심층 콘텐츠는 총 150여 개다. 면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는 ‘누들 스토리’ 106개, 면에 진심인 사람들을 만나는 ‘누들 인터뷰’ 20개, 전국 면 요리 공간을 소개하는 ‘누들 플레이스’ 24개 등으로 구성됐다.
브랜드보다 ‘면 문화’ 자체를 먼저 보여주는 접근이다. 제품 광고보다 이야기와 맥락을 앞세워 브랜드의 진정성을 쌓는 방식에 가깝다.
실제 웹진 정기 구독자는 전년 동월 대비 66% 증가했고, 오프라인 정기 간행물 누적 발행 부수는 2만8000부를 기록했다. 이는 기업 제공 자료 기준이다.
오뚜기는 브랜드 경험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표 사례가 캐릭터 기반 ‘옐로우즈’ 세계관이다. 케첩·마요네스·카레 같은 제품을 캐릭터와 굿즈, 팝업 콘텐츠로 연결하며 젊은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서울 성수동 등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는 긴 대기 줄이 이어졌고, SNS에는 인증 사진과 굿즈 후기 콘텐츠가 빠르게 퍼졌다. 제품보다 브랜드 경험 자체가 소비되는 구조다.
농심 역시 브랜드 서사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체험형 공간 ‘너구리 라면가게’처럼 제품을 먹는 데서 끝나지 않고 브랜드 감성과 추억을 함께 소비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는 신라면이 ‘K라면’ 대표 이미지와 연결되며 하나의 문화 코드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라면을 단순 간편식이 아닌 한국 문화 경험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식음료 브랜드 자산 전략의 대표 사례로는 스타벅스도 자주 언급된다.
스타벅스는 커피 자체보다 공간 경험을 파는 브랜드에 가깝다. 지역 특화 매장, 리저브 매장, 시즌 굿즈, 플레이리스트까지 모두 브랜드 경험 일부로 연결된다.
실제 소비자들은 음료 한 잔보다 ‘그 공간에 머무는 시간’에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텀블러와 MD 상품이 반복적으로 완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J제일제당 역시 ‘비비고’를 중심으로 K푸드 문화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 냉동식품 브랜드를 넘어 한국 식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전략이다.
하림도 체험형 공간과 식문화 콘텐츠를 확대하며 브랜드 접점을 넓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식품업계에서 브랜드 자산 중요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제품 기술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지만, 소비자 기억 속에 어떤 경험과 이미지를 남기느냐는 쉽게 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이제 성분표만 보지 않는다. 어떤 브랜드인지, 어떤 문화를 만들고 있는지, 어떤 취향을 공유하는지까지 함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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