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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게 회사 다니는데 우울증? 고기능 우울증 자가진단 8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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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전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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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일상 유지하지만 내면은 소진된 ‘고기능 우울증’
완벽주의·성과 압박 속 우울감 숨기는 이들
책·유튜브 콘텐츠 통해 ‘고기능 우울증’ 공감 확산

“회사에서는 누구보다 일 잘하는 저인데 퇴근 후 집에만 오면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지난 1월, 법의학자인 유성호 서울대 의대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유성호의 데멘톡’의 한 영상에 이같은 댓글이 달렸다. 학교와 직장에서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귀가 후 극심한 무기력과 공허함에 빠지는 이른바 ‘고기능 우울증(High-Functioning Depression)’ 호소다.

 

피로한 직장인의 모습. 게티이미지
피로한 직장인의 모습. 게티이미지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데”…숨겨진 우울감

 

이처럼 ‘고기능 우울증’이라는 개념이 주목받으면서 유사 경험담을 털어놓는 이들이 눈에 띈다.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에서 고기능 우울증을 다룬 영상에는 “회사 다닐 땐 티 안 내고 죽어라 버티는데 주말에는 이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직장에서는 발랄하다는 말을 듣지만 일이 끝나면 종일 밥도 안 먹고 누워만 있는다”, “일도 잘 다니고 성과도 좋은데 주말엔 아침부터 술을 마신다. 그냥 다들 이렇게 버티면서 사는 줄 알았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고기능 우울증은 겉으로는 학업이나 직장 생활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깊은 우울감과 무기력 등을 겪는 상태를 뜻한다. 다만, 이는 정신질환 진단과 통계편람인 ‘DSM-5’에 등재된 공식 진단명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 퍼진 ‘버티는 우울’

 

이충헌 연세마음똑똑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고기능 우울증 환자의 특징은) 업무를 정상적으로 해내는 게 아니라 정상적으로 해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겉으로는 일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계속 소진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의 특성상 이 같은 ‘고기능 우울증’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문의는 “동양권은 사회적으로 감정을 억제하면서 자기 역할을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면이 있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임감이 높아 힘들어도 계속 버티고 일한다. 서양과 다르게 우리는 ‘버티는 우울’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상당수는 오랜 기간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문제는 완벽주의 성향이나 ‘잘해야 인정받는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일수록 무너질 때까지 버틴다는 점이다. 이 전문의는 “완벽주의자는 계속 인정받아야 자신의 가치가 증명된다고 느끼기 때문에 상태가 악화돼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는 일단 쉬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콘텐츠 통해 확산된 ‘고기능 우울증’

 

최근 ‘고기능 우울증’이라는 표현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데에는 관련 서적과 유튜브 콘텐츠 영향이 컸다. 미국 정신과 의사 주디스 조셉의 저서 ‘고기능 우울증(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고장 나 버린 사람들)’이 지난해 11월 국내 출간되면서 이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이 책을 다루면서 ‘고기능 우울증’ 개념이 더 확산됐다. 실제로 7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할말넘많’이 지난 2월 해당 책과 고기능 우울증을 소개한 영상은 58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최근 높아진 고기능 우울증에 대한 관심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 ‘포레스트북스’에 따르면, 지난 4월 해당 책의 판매량은 전월 대비 약 109.3% 상승했다.

 

미국 정신과 의사 주디스 조셉의 책 ‘고기능 우울증’에서 제시한 관련 체크리스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미국 정신과 의사 주디스 조셉의 책 ‘고기능 우울증’에서 제시한 관련 체크리스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주디스 조셉은 저서 ‘고기능 우울증’에서 스스로 상태를 점검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시하기도 했다. 저자는 책에서 “체크리스트에서 8개 이상 해당할 경우 심한 수준의 고기능 우울증이며, 저기능 우울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크다”고 했다. 다만, 해당 체크리스트는 참고용이며 정확한 진단은 전문가 상담과 진료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체크리스트는 고기능 우울증을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핵심 지표를 담았다.

 

주요 항목으로는 △2주 이상 지속되는 감정적 무감각과 소외감 △수면 패턴과 식욕의 급격한 변화 △만성적인 에너지 저하와 번아웃 △자기 비하나 과도한 죄책감 등이 포함됐다. 또한 △미래에 대한 절망감 △집중력 저하로 인한 업무 완수 불능 △예전에 즐기던 활동에 대한 흥미 상실 △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도움 요청을 회피하는 성향 등 내밀한 심리 상태까지 면밀히 살필 수 있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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