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을 수사하던 중 사건 관계인의 출국을 금지하고 이를 알리지 않은 건 위법하므로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성남FC 비상임감사로 일했던 백주선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백 변호사는 위자료와 출국 비행기편 취소 수수료 합계 585만5000원을 배상받게 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2022년 9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법무부에 백 변호사를 상대로 출국금지를 신청하고, 결정을 본인에게 알리지 않는 통지유예 요청을 했다. 성남FC 의혹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이었던 2014~2018년 사이 현안이 있는 기업 관계자 등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성남FC에 금품을 공여하게 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백 변호사는 2017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성남FC 비상임감사로 재직했는데, 검찰은 당시 백 변호사가 비상임감사를 맡은 다른 단체가 금품 제공의 경로로 활용된 게 아닌지 의심하며 수사를 벌였다.
출입국관리법상 출국이 금지되거나 이를 연장할 경우 당사자에게 즉시 사유와 기간을 알려야 하지만, 수사에 중대하고 명백한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3개월까지 통지를 미룰 수 있다. 법무부는 당시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법무부는 검찰 요청으로 1개월씩 두 차례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 백 변호사의 출국을 같은 해 12월24일까지 금지했다.
백 변호사는 같은 해 12월8일 국제 교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서야 자신이 출국금지 대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당일 오전 검찰에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했고, 오후에 조치가 풀렸지만 예약해 둔 비행기편이 떠나 결국 출국하지 못했다. 백 변호사는 법무부가 자신을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출국금지 조치를 한 점과 통지유예한 점 모두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1·2심과 대법원 모두 출국금지 조치는 적법하지만, 통지유예는 위법하다며 백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백 변호사가 수사 대상이었던 만큼 출국금지 자체가 부당하다고 할 순 없으나, 출국금지 결정 전후 피의자로 입건되거나 참고인 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던 점이 고려됐다.
대법원은 “출국금지 및 그 연장 결정의 통지유예는 범죄 수사에 중대하고 명백한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가능한데, 이 사건에서는 그런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통지유예의 기준과 관련해 “출국금지 통지 그 자체로 인해 출국금지 대상자, 수사 중인 사건의 혐의자 및 주요 참고인 등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 등으로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출국금지와 연장 결정의 통지유예에 대한 위법성 판단 기준을 밝힌 첫 판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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