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씨에게 선거 공천 등을 청탁하며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심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 판단을 뒤집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화백의 그림을 진품으로 인정하고, 김 전 검사가 그림을 구매해 김씨에게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박정제)는 김 전 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4139만여원의 추징도 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전 검사가 전달한 이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이 진품이며, 가액도 1억4000만원이라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의 진품 감정 결과는 전직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비롯한 전문가 9∼10인으로 구성된 감정위원단이 실물을 직접 감정하고 3회에 걸쳐 감정해 일관된 결론을 유지했다”며 “이 사건 그림은 진품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진품 의견을, 한국화랑협회는 가품 의견을 냈는데, 재판부는 “한국화랑협회의 위작 감정 결과는 신빙성이 없어 믿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거래 과정에서 피고인 등 관련자 모두가 그림을 진품으로 인식하고 거래했고, 피고인 역시 그림을 진품 감정서와 함께 김씨에 제공했다”며 그림 가액을 1억4000만원 상당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김 전 검사가 이 화백 그림을 구매해 2023년 2월쯤 김씨 측에 전달한 사실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술품 중개업자 A씨에게 김씨의 그림 취향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피고인이 ‘괜히 또 여사님 그림 찾는다는 소문 나면 우리가 문제 되니’라고 메시지에서 언급한 것은 그림이 최종적으로 김씨에게 제공될 예정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김 전 검사가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사업가 김모씨에게 선거 차량 비용을 대납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1심에 이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이 엄격하게 정해놓은 기부방법을 위반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14년 넘게 검사로 재직한 법률 전문가로 자신의 행위의 법적 의미를 누구보다 인식함에도 투자업자에게 먼저 기부를 요청했다”고 질타했다.
앞서 1심은 김 전 검사의 혐의 중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4100여만원을 선고했다. 주된 혐의였던 청탁금지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특검은 피고인이 자신의 비용부담으로 그림을 취득하고 그림이 김씨에게 제공된 점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직무 관련성 또는 그림의 진품 여부와 무관하게 이 부분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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