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현지 진출 경험 토대
기업 수주 경쟁력 강화 필요
“특사 파견 유리하게 작용할 듯”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새로운 합의를 논의하는 것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 정부도 대이란 전략을 선제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협상이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를 넘어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핵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2015년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 직후 우리 기업들의 이란 진출 경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액시오스 등은 6일(현지시간) 복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과 후속 핵협상 개시를 위한 ‘1페이지짜리 14개 항 양해각서(MOU)’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문안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일시 중단, 미국의 대이란 제재 완화와 동결자산 일부 해제, 호르무즈해협 통항 제한 및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를 30일 협상 기간 동안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이 실제로 합의안에 포함된다면, 이란 핵문제와 제재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이뤄진 갈등 국면을 다소나마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2015년의 JCPOA보다 진전된 형태의 합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당시 합의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를 3.67% 수준으로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번에는 이란 핵시설 가동 중단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이란은 2015년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 등과 JCPOA를 체결했다. 당시 합의의 핵심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도를 3.67% 이하로 제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대이란 경제 제재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었다. 이후 한국을 비롯한 각국 기업들이 제재 완화 기대 속에 이란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5월 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고, 한국 기업들의 이란 사업도 대부분 중단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움직임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대이란 제재 등의 완화가 현실화하면,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015년 JCPOA 체결 직후 한국 기업들이 대이란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했던 경험은 중요한 참고 사례로 꼽힌다. 당시 세컨더리 제재(2차 제재)가 대폭 완화되자 한국 기업뿐 아니라 유럽과 중국 기업들도 이란 시장에 대거 진출했다. 이란이 오랜 제재를 겪으면서 항공기·자동차 등의 노후화가 지속되어 교체 수요가 많고, 풍부한 천연자원을 지니고 있어서 상품 구매력이 충분하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문제는 속도다. 당시에도 유럽과 중국 기업들이 제재 완화 직후 빠르게 움직이며 시장 선점에 나섰고, 한국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접근을 택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제재를 해제한 이후에 움직이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적 신뢰 구축이 경제협력으로 직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한국이 비교적 유리한 외교적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유일하게 이란에 정부 특사를 파견해 직접 소통에 나섰다. 정병하 외교부 장관 특사는 지난달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을 비롯해 이란 외무부 경제차관·정무차관 등을 만나 중동 정세와 양국 현안을 논의했으며, 한국 선박과 선원 보호 문제도 협의했다. 또 한국은 중동전쟁 이후에도 현지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한국과 이란 간 최대 현안이었던 동결자금 문제가 2023년 9월 해결된 점도 양국 관계 개선의 긍정적 변수로 거론된다. 한국 내 은행에 동결돼 있던 약 7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이란 자금 가운데 60억달러(약 8조7000억원)는 미국·이란 간 수감자 교환 합의 이후 스위스 금융기관을 거쳐 카타르 계좌로 이전됐다. 그해 10월 가자전쟁 발발로 실제 사용은 다시 제한됐지만, 이란 입장에서는 상징적 갈등 현안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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