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부터 2주간 적용하는 5차 석유 최고가격을 다시 동결했다. 기름값 상한선은 리터(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2·3·4차와 같다. 최고가격제가 중동발 고유가 충격을 덜기 위한 응급조치이지만 시장 왜곡과 재정 부담 등 부작용은 시행 두 달이 다 돼가면서 커지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최고가격제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건 사실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석유 최고가격제 등 고유가 대응조치로 4월 소비자물가 상승 폭을 약 1.2%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물가를 낮추는 방파제”(한정애 정책위의장)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정유업계의 손실이 이미 3조원대로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한 예비비 4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마냥 세금으로 손실분을 메우는 건 가당치 않다. 시장 왜곡도 위험수위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4월 휘발유·경유 판매량이 1년 전에 비해 6% 가까이 늘어났다. 원유부족 탓에 정유업계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도입까지 검토하는 판이다.
문제는 미국·이란 전쟁이 끝나더라도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점이다. 호르무즈해협의 기뢰 제거와 유전 및 정제시설 복구에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원유 재고가 바닥나 다음 달부터 오일쇼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인위적인 가격통제를 접고 정공법으로 대처해야 할 때다. 정부는 원유 수급과 대체 공급선 확보 등 공급망 다변화에 총력을 다하고 긴 호흡으로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도 바꿔 나가야 한다.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 고민을 할 때가 됐다”고 했다. 올해 성장률은 1분기 1.7% 이후 전망치가 높아지는데 인플레이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핵심 책무가 물가안정인 만큼 적기라고 판단되면 좌고우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고유가가 수요보다는 공급 충격에 따른 것인 만큼 금리 인상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도 허리띠를 조여야 한다. 취약계층을 두텁게 지원하되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돈 풀기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한은은 통화·재정·거시정책의 정교한 조합으로 금융·실물경제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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