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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중동 변국 <變局> 과 미·중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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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앞두고 핵심 의제 조율
이란전 변수 속 양국 ‘관리 모드’
韓 공급망 방어·대만 리스크 관리
대미 통상조율 강화 등 초점 둬야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5월 14, 15일 베이징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미국 주도로 이란전쟁을 마무리하고 중국과의 협상에 나서려는 미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요청으로 이미 한 차례 연기된 바 있어 이번 회담은 열릴 가능성이 크다.

 

미·중 양측도 이미 준비에 들어갔다. 양국의 외교·무역 수장들은 중동 사태, 관세, 대만 문제 등 핵심 의제를 계속 조율해 왔다. 미국도 C17 수송기를 베이징 공항에 보내 선발대와 물자, 경호 장비 등을 수송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은 공식 확인에는 신중하지만 회담 전 협상력부터 키우는 방식으로 실질적 준비에는 적극적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대중 압박 속에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상황이지만 양국은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고려하여 파국은 피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을 보여 왔단 것도 사실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4월 초 공개 발언에서 이번 정상회담 목표를 ‘대규모 대결이 아니라 안정 유지’라고 규정하면서 중국산 희토류의 안정적 접근 보장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도 양국 정상외교는 ‘중·미 관계에 대체 불가한 전략적 역할’을 한다면서 파국은 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래 이번 회담의 중심축은 지난해 부산에서의 양국 정상회담에서 1년간 유예하기로 한 관세 협상과 공급망 문제, 반도체 등 첨단기술 패권 문제와 대만 문제였다. 여전히 베이징 회담의 기본구조는 경제·안보와 대만이지만, 예상치 못하게 호르무즈해협 봉쇄 문제가 촉발한 에너지 안보 문제가 핵심 문제로 대두되면서 미·중 관계는 무역·통상 문제를 넘어선 복합적 갈등 요소까지 덧씌워졌다. 에너지안보와 이란 문제라는 새로운 층위가 대두되면서 경제·안보를 아무르는 패권 전쟁의 ‘중간 결산’이 될 전망이다.

 

이렇게 볼 때 중동 변국이라는 돌발변수가 회담 결과를 좌우할 공산이 커졌다.

 

일단 미국은 군사적으로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수뇌부를 제거하고 핵 시설을 타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대가도 만만치 않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주식 가격은 하락했으며, 채권 가격은 에너지 인플레이션 우려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1일 적대행위는 종료됐다고 주장했지만, 전략적 명분과 실리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서 미국의 협상카드 무게가 상당히 줄어든 셈이다. 오히려 이란에 대한 경제적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에 이란전 종료의 협조를 구하는 아이러니도 발생했다.

 

반면 중국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전략적 수혜를 누리고 있다. 미국이 이란전쟁의 수렁에 빠져 자원을 소모하는 동안 중국은 ‘안정적인 강대국’ 이미지를 조용히 구축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식 좌충우돌을 피해 유럽연합(EU) 주요국 정상들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중국의 안정성에 더 기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중국은 에너지 피해라는 손실에도 미국의 강력한 힘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노출했다. 또한 중국의 중장기적 에너지 안보가 구조적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를 고려해 보면 양국이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은 제도적 정비로, 미국은 실무협상으로 관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은 관계 대전환을 만드는 정상회담이라기보다 무역 휴전의 연장 및 관리와 전략경쟁의 통제선을 설정하는 ‘관리된 경쟁(Managed competition)’ 성격을 띠고 21세기 신냉전 질서를 확정짓는 ‘침묵의 전쟁’이 될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은 미·중 정상이 대화 테이블에 앉지만, 양국 관계의 획기적 개선 여부보다 관리 가능성의 범위를 판단해 대처해야 한다. 미·중 양국이 불확실성의 상한을 낮출 수는 있어도 구조적 위험을 제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정책은 공급망 방어, 에너지안보, 대만 리스크관리는 물론 대중 경제교류 활성화 방안 마련과 함께 대미 통상 조율 강화에 일차적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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