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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미래] 메멘토 <기억하라> , 탈플라스틱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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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에 나프타 수급 불안정
정부, 재생원료 중심정책 내놔
재탕·삼탕에 목표도 오락가락
피드백 없는 폐기물 대책 그만

‘주인공 레너드는 아내가 살해당한 뒤 새로운 기억을 유지하지 못하는 ‘전향성 기억상실증’을 앓는다. 반드시 제 손으로 범인을 찾아 복수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추적에 나서는데, 문제는 새로운 정보가 몇 분만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져 ‘초기화’된다는 점이다.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범인 수색에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한 것들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메모를 적어두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문신으로 새긴다. 레너드는 점점 범인에 다가선다고 확신하지만, 영화가 전개될수록 관객은 불편한 의문을 품게 된다. 레너드가 사실이라고 믿는 메모와 문신은 정말 신뢰할 수 있는가.’(영화 ‘메멘토’)

정부가 ‘또’ 탈플라스틱 대책을 내놨다. 지난달 28일 발표에 따르면 이번엔 중동전쟁이 계기가 됐다. 플라스틱 원료인 석유와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 순환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설명이다. 목표도 밝혔다. 폐플라스틱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재생 원료를 써서 신재 기반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2024년 780만t에서 2030년에 700만t으로 줄이겠단다. 이를 위해 택배 과대포장을 제한하고, 생산단계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둔 ‘한국형 에코디자인 제도’를 구체화하며, 페트병 재생 원료 사용률은 2030년 3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이것은 데자뷔인가.

 

윤지로 비영리 미디어단체 클리프 대표
윤지로 비영리 미디어단체 클리프 대표

정부가 10년 이래 이런 대책을 내놓은 건 굵직한 것만 따져 벌써 네 번째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활용 업체들이 폐기물 수거를 거부해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던 2018년, 코로나19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한 2020년과 2022년에도 탈플라스틱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문제는 늘 기억이 리셋돼 같은 상황을 매번 생경하게 받아들이는 레너드처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대책에 대한 피드백 없이 마치 이번이 처음인 듯 정책을 발표한다는 점이다. 2018년 대책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2022년까지 30%, 2030년 50% 감축’이라는 목표 아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 품목을 2022년까지 63개로 늘리고, 컵 보증금제 및 순환이용성평가(제품 설계단계부터 재활용률을 높이도록 반영하는 것)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2020년엔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 줄이고, 분리배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을 70%로 향상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폐기물 부담금을 올리고, 폐비닐에서 석유를 추출하는 열분해 공공시설을 2025년까지 10기 확충하는 등의 계획을 밝혔다. 2022년에도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 20% 감축’을 위해 과대포장을 규제하고 재활용 지원금을 차등화하겠다고 했다. 여기까지 읽고 ‘매번 비슷한 것 같은데?’라고 느꼈다면, 그 기시감은 착각이 아니다. 비록 재탕, 삼탕일지언정 내용에 진전이 있다면 그래도 수긍할 여지는 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아본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2022년까지 63개로 늘리겠다는 EPR 품목은 지난해 말 50개에 그쳤고, 올리겠다던 폐기물 부담금은 그대로다. 열분해 공공시설도 10기 확충이 아닌 5기를 설치 중이다. 컵 보증금제는 모두가 아는 대로 한다고 했다가 말았다가 ‘컵 따로 계산제’로 바꾼댔다가 말았다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단골 아이템인 택배 과대포장 제한이나 소각에서 재활용으로 유도한다는 계획은 진전이 있어서 매번 나오는 것인지, 잘 안 풀려서 되풀이되는 건지 알 수 없다. 정부는 네 차례에 걸쳐 대책을 내놓는 동안 한 번도 앞선 대책의 결과를 책임 있게 설명한 적이 없다.

정책 목표도 제각각이다. 어떨 땐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인댔다가 ‘전 주기 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인다고도 하고, 어떨 땐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을 이야기했다가 나중엔 ‘생활 및 사업장 폐기물의 탈플라스틱’을 정책 목표로 제시한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려는 건지, 단순히 담당공무원이 바뀌어서인지는 몰라도 표적이 매번 움직이니 목표 달성 여부를 따지기도 어렵다.

‘메멘토’ 결말부에 이르러 관객은 레너드의 추적이 결국 제자리를 맴도는 무한 루프였음을 알게 된다. 과거를 복기하지 않고 이번이 처음인 듯 같은 말을 반복하는 행정은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이제 제발 돌려막기식 폐기물 대책은 그만 봤으면 좋겠다.

 

윤지로 비영리 미디어단체 클리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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