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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여전히 숨 쉬고 있는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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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상우 작가의 전시 ‘Still Breathing: 아직 숨 쉬고 있다’를 보았다. 이 전시는 인간의 욕망과 편의, 오락과 산업 속에서 상처 입고 밀려난 동물들을 작품의 중심에 세운다. 동물실험으로 시력을 잃은 토끼 랄프, 탈출 끝에 붙잡힌 얼룩말 세로, 부리 기형으로 야생에 돌아갈 수 없는 독수리 하나,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 오삼이, 방송 촬영 중 넘어뜨려져 죽은 퇴역마 마리아주까지. 작품 속 동물들은 푸른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털 한 올과 눈빛까지 살아 있듯 생생했다. 태어나 단 한 번도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보지 못한 이들이 그곳에서는 비로소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그 아름답고 완전한 모습만큼 동물들이 현실에서 겪는 잔혹함도 선명하게 다가왔다.

전시장을 나와 마주한 우리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소는 합법적으로 싸움에 내몰리고, 동물원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코끼리는 쇼에 동원되고 있다. 경주에서 은퇴한 말들 또한 보호받는 삶으로 나아가기보다 다시 촬영·승용·번식에 이용되거나 끝내 도축되고 만다. 동물실험은 줄어들기는커녕 각종 제품 개발과 연구라는 명목 아래 반복되고 확대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동물을 생명으로 보기보다 개인의 재산이나 산업의 자원으로 취급하는 시선이 제도와 현실 깊숙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소외된 동물들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커지고 있고, 이를 바꾸려는 노력도 여러 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전시 한 편, 기사 한 줄, 현장의 문제 제기 하나가 당장 현실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이 축적되면 결국 ‘동물권 감수성’을 높이고 미비한 법과 제도를 움직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사회에서 가려졌지만 분명히 숨 쉬고 있는 존재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나아가 실질적 변화를 요구하며 행동하는 것이다. 동물들은 작품 속에서만 빛나는 존재여서는 안 된다. 현실에서도 존엄한 생명으로 존중받고, 인간의 필요로 소모되지 않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현실을 만드는 일이 우리의 몫이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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