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의 시즌 2는 이렇게 시작한다. 고급 컨트리클럽의 총괄 관리자 조시(오스카 아이작)는 최근 성공적인 리모델링과 새 회장의 취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때로는 친근하게, 때로는 격식에 맞는 태도로 임한다. 그의 곁에는 상황에 맞춰 품위 있게 행동하고 말하는 아내 린지(캐리 멀리건)가 서 있다. 외진 자택으로 돌아간 이 부부는 이내 골프채를 들어 액자를 깨부수고 욕설을 내뱉으며 이보다 더한 밑바닥은 보여줄 수 없을 것처럼 싸운다.
마침 조시의 지갑을 돌려주러 온 클럽의 고용인 커플 애슐리(캐일리 스페이니)와 오스틴(찰스 멜튼)이 이를 목격하고 애슐리의 휴대폰에 악다구니를 쓰는 부부의 모습이 담긴다. 안정된 일자리가 필요했던 커플은 촬영된 동영상을 빌미로 클럽에서 한자리를 얻어내려 하면서 사내 정치라 부를 만한 암투와 사적 보복이 두 커플 사이에서 뒤엉킨다.
새로운 시즌을 향한 얼마간의 실망은 전작에서 충족되었던 기대에서 비롯된다. 스트리밍 플랫폼 시리즈에서 선보인 과감한 생략과 점프의 전개 방식, 보복 운전이라는 현대의 독특한 사회 현상과 맞물려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 보편의 감정인 분노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영민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시즌 2는 연인과 부부라는 특수한 관계의 중요한 화두인 돈 문제로 클럽의 회장과 엮이면서 자본주의를 끌고 들어온다. 고급 클럽이라는 장소는 개인 단위의 관계와 체제를 엮는 중요한 매개이지만 개인의 가족과 공동체, 정체성이 점층적으로 단단히 결속되어 보였던 전작에 비하면 설정이 다소 극적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동시대에 이혼 커플과 가족을 여러 차례 다룬 노아 바움백의 ‘결혼 이야기’ 등의 작품과 비교하면, ‘성난 사람들’ 시즌 2의 부부관계에 대한 고찰은 돈과 권태의 문제로 압축되어 보인다. 바꿔 말하면 연인과 부부 관계 안에서 작용하는 경제적 불안과 어찌할 수 없는 권태만큼은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정된 난장으로 치닫는 새 시즌의 성격은 뜻밖의 작품과 만나 더 선명해졌다.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전쟁 중에 이혼을 한다는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하루 전 이혼을 선언한 리투아니아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인접한 나라에 들이닥친 인류사의 비극과 사투는 부부의 생활을 무너뜨리는 별거와 실업 상태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전쟁은 문자 그대로의 상황을 겪지 않는 한 그저 비유에 머물 뿐이다. 담담하게 냉소적인 이 영화가 환기하는 것은 거대한 재난 앞에서도 작아지지 못하는 사적 관계의 파국이 남긴 생활의 감각이다.
‘성난 사람들’ 2는 낯선 이들의 우발적 충돌이 아닌 친밀한 관계 안에 숨어 있던 이해관계를 건드린다. 경제적 불안이 사랑의 실패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두 커플을 전쟁 같은 생활로 몰아넣어 분노하게 하고, 대결하게 하며, 기업가의 자본 논리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만든다. 새로운 시즌은 충분히 날카롭다.
유선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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