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지만, 정작 사용자는 버튼 앞에서 더 오래 머무는 일이 늘고 있다.
터치 화면은 커졌고 기능은 많아졌지만, 원하는 메뉴를 찾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순간 중장년층의 피로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트 가전 코너에서 밥솥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다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예전엔 취사 버튼만 누르면 됐는데 요즘 제품은 뭐가 이렇게 많냐”는 반응도 어렵지 않게 들린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2025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71.8% 수준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기기 보급은 빠르게 늘었지만 실제 활용과 적응 속도는 여전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프리미엄 주방가전 전문기업 쿠첸이 50대 이상 소비자 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7일 공개한 ‘가전 사용 경험 및 선택 기준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2.6%는 디지털 기기·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불편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가장 어려움을 느낀 분야는 키오스크(33.0%)였고 모바일 앱(30.5%), 스마트폰(19.6%), 가전제품(16.9%) 순이었다.
특히 ‘새로운 기능을 처음 사용할 때’ 어렵다는 응답이 44.9%로 가장 높았다. 회원가입·본인인증 같은 보안 절차 21.1%, 설정 변경 과정 13.7%도 주요 부담 요소로 꼽혔다.
눈에 띄는 부분은 ‘스마트화 피로감’이다. 응답자의 67.3%는 최근 디지털 기기의 스마트 기능 확대가 오히려 불편을 키운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능이 많아 원하는 기능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해당 응답은 35.5%였다. 초기 설정 복잡성, 복잡한 화면 구성도 각각 23.2%로 나타났다.
실제 사용 포기 경험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75.2%는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를 이용하다 중간에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는 조작 단계 복잡성(36.4%), 설명 부족(22.6%), 어려운 메뉴 구조(21.4%), 생소한 기술 용어(15.8%) 순이었다.
이는 최근 가전업계가 경쟁적으로 넣고 있는 AI 추천 기능·앱 연동·음성 제어 등이 일부 사용자에게는 오히려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장년층이 자주 사용하는 주방가전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응답자의 67.3%는 주방가전 사용 과정에서 불편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냉장고 다음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밥솥에서 어려움이 집중됐다. 응답자의 62.6%는 밥솥 사용 과정에서 불편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불편 요인은 기능 설명 부족(22.2%), 숨겨진 메뉴 구조(20.8%), 작은 글씨(20.6%), 원하는 기능 탐색 어려움(19.2%) 등이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개선 방향도 ‘단순화’였다. 응답자의 41.8%는 자주 쓰는 기능 중심의 단순 UI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큰 글씨와 선명한 디스플레이(24.4%), 잡곡 최적화 모드(17.8%), 음성 안내(9.5%)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주요 가전업체들도 사용 편의성 강화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쿠첸은 최근 직관적 UI와 간편 조작 중심 제품군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쿠쿠 역시 중장년층 수요를 겨냥해 원터치 조작과 음성 안내 기능 등을 강화한 IH압력밥솥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복잡한 메뉴 탐색을 줄이고 자주 사용하는 취사 기능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용자 경험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고령층 접근성을 고려한 ‘이지 UX’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기반 연결성을 확대하면서도 자주 쓰는 기능 중심 인터페이스 개선에 집중하고 있으며, LG전자는 가전 화면 글자 확대와 직관 메뉴 설계를 적용한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의 가전 경쟁이 단순 스펙 경쟁만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기능을 얼마나 많이 넣느냐보다, 사용자가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느냐가 실제 구매를 좌우하는 기준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능 추가가 곧 프리미엄 이미지로 연결됐지만 최근에는 ‘쉽게 쓸 수 있느냐’를 먼저 보는 소비자가 확실히 늘었다”며 “특히 중장년층은 사용 스트레스를 크게 느끼기 때문에 UI 단순화 요구가 강해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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