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재판 등 개별 사건 언급 없어
동료 “성실히 재판만 집중했는데…”
내란재판부법 도입 후 업무 늘어
일각선 “법관 향한 정치권의 압박
스트레스 심화시켰을 것” 지적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신종오(55·사법연수원 27기) 서울고법 판사가 6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법원 안팎에선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법관에 대한 정치권의 과도한 압박이 업무 스트레스 심화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1시 무렵 서울법원종합청사 저층 야외 화단에서 신 고법판사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은 추락에 의한 사망으로 보고 있으며 별도의 범죄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장에선 “죄송하다. 스스로 떠난다”는 내용의 짧은 유서만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재판을 비롯한 개별 사건에 대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고법판사는 지난달 28일 선고된 김씨의 이른바 ‘3대 의혹’(주가조작·불법 여론조사·금품 수수) 사건 항소심 재판부인 형사15-2부의 재판장이었다. 부패전담부인 형사15부는 비슷한 법조 경력의 고법판사 3명으로 구성된 대등재판부다.
이 재판부는 김씨에게 1심 형량인 징역 1년8개월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하는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6220만원 상당 그라프 목걸이 1개 몰수와 2094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공범 가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일부를 유죄로 뒤집었다. 윤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2022년 4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측으로부터 802만원 상당의 샤넬가방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도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 상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한 신 고법판사 2001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울산지법, 서울서부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14년 서울고법 고법판사로 부임했다. 이어 대구고법, 서울고법 인천재판부를 거쳐 올해 2월23일자로 서울고법에 발령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법을 도입하면서 최근 서울고법 형사부에는 업무 부담이 더욱 가중된 상황이었던 걸로 전해졌다.
서울고법 형사1부가 올 2월 내란 사건 전담재판부로 지정되며 신 고법판사가 있는 형사15부가 형사1부 사건을 모두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더해 특검법상 재판 중계 및 ‘1심 선고 3개월 내 항소심 선고’ 규정을 적용받는 김씨 사건까지 맡게 됐다.
실제 재판부가 김씨 항소심 판결 선고를 한 지난달 28일은 1심 선고일(1월28일)로부터 정확히 3개월이 되는 날이었다. 신 고법판사는 어린이날 휴일인 5일에도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법원에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법관들은 “안타깝고 침통하다”며 신 고법판사의 사망을 애도하고 있다. 수도권 한 판사는 신 고법판사를 “조용하고 성실하게 재판 업무에만 집중하시던 분”이라고 기억했다.
또다른 판사는 “정치권에서 특검 사건 등 정치적 사건 진행이나 선고를 두고 법관들에 대한 과도한 심적 압박을 하기 일쑤”라며 “이런 관행이 재판을 진행하는 법관들에게 심리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하지만 쉽게 타인에게 마음을 터놓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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